직장인 이모(34)씨는 최근 재출시된 ‘포켓몬빵’을 구하려고 동네 편의점 서너 군데를 돌아다녔다. 가는 곳마다 품절이라 재고가 있는 곳을 수소문했다. 이씨는 빵과 함께 들어있는 ‘띠부띠부씰(떼었다 붙였다 하는 스티커)’을 노렸었다.
그는 “어렸을 때 열심히 모았던 추억이 있다. 처음엔 살짝 민망했지만 우리를 위해 출시된 만큼 당당하게 카드결제했다”면서 “당시엔 500원이었는데 1500원으로 비싸진 건 아쉽다”고 말했다.
1990년대 띠부씰 수집 열풍을 일으켰던 포켓몬빵이 재출시되자 2030세대 반응이 뜨겁다. 식품업계는 단종 제품을 다시 선보이며 어른이 된 소비자들 향수를 자극하고 있다. 편의점에서는 품절대란이 일어나거나 단종 이전보다 매출이 배로 뛰었다.
3일 이마트24에 따르면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1일까지 새로 출시된 포켓몬빵 3종은 양산빵 상품군에서 매출 1~3위를 차지했다. 포켓몬빵 인기에 힘입어 같은 기간 양산빵 전체 매출도 직전 주와 비교해 34%나 뛰었다. 이마트24 관계자는 “직전 주 대비해서 상품군 전체 매출이 30% 이상 증가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나이가 있는 고객에게는 향수를 자극하고, 비교적 어린 고객에게는 재미있는 마케팅으로 다가간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SPC삼립은 지난달 24일 ‘그때 그 추억 소환’을 콘셉트로 ‘돌아온 포켓몬빵’ 시리즈를 출시했다. 1998년 출시했을 때 빵과 함께 들어있는 포켓몬 띠부씰 수집 열풍이 불면서 월 평균 500만개를 팔았던 제품이다. 151개에 달하는 포켓몬을 모으기 위해 띠부씰만 챙기고 빵을 버리는 경우도 흔했다. 2006년 단종 이후에도 재출시 요청이 이어지자 이번에 띠부씰을 8종 더 늘려 선보였다.
재출시되자마자 1990년대 학창시절을 보낸 2030세대를 중심으로 띠부씰 수집 열풍이 불고 있다. 최근 일주일(지난달 23일~이달 1일)간 CU의 빵 카테고리 판매량 1위를 ‘로켓단 초코롤빵’이 차지할 정도다. 일부 편의점에선 입고와 동시에 동나며 품절대란이 벌어졌다.
인기 포켓몬 캐릭터는 구하기 어렵다 보니 중고거래에서 웃돈을 얹어 거래되기도 한다.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1번 이상해씨’ 띠부씰은 5만원에, ‘146번 파이어’는 2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띠부씰값이 빵값(1500원)의 수십배에 달한다.
소비자 반응이 가열되자 단종 상품들이 속속 재출시되고 있다. 오리온은 지난해 스낵제품 ‘와클’을 15년 만에 다시 내놨다. 2006년 단종 이후 공식 홈페이지와 고객센터 등에서 소비자 요청이 쇄도해서다. 재출시하자마자 월 매출은 단종 이전과 비교해 배 이상 높은 10억원을 넘어섰다. 지난 10개월간 누적 판매량은 780만개에 달한다. 이밖에 ‘태양의맛 썬’ ‘치킨팝’ ‘배배’ 등을 다시 출시했는데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았다.
팔도는 지난해 ‘뿌요소다’를 24년 만에 다시 내놓았다. 1998년에 소형 페트병(245ml)으로 출시돼 소풍 필수품으로 꼽혔던 음료다. 재출시 3개월만에 300만개가 팔렸다. 팔도 관계자는 “레트로 제품은 제품이 전성기일 때 즐겼던 소비자에게 추억으로 다가갈 수 있어 친화력이 높다. 동시에 MZ세대에게 새롭게 여겨지기 때문에 두 세대를 같이 공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