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날 땐 메르스, 학교 갈 땐 코로나… 2015년생의 입학식

입력 2022-03-02 18:21 수정 2022-03-02 18:32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교의 새 학년 등교가 시작된 2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팔달초등학교에서 1학년 신입생들이 교실로 들어가고 있다. 뉴시스

학교 가기 싫다며 터덜터덜 걷던 아이의 얼굴이 환해지더니 갑자기 뛰기 시작한다. 곧이어 다른 아이 하나를 뒤에서 끌어안는다. “야! 넌 몇 반이야?” “3반이야.” “난 1반 아깝다.” 두 아이 엄마들이 천천히 다가와 목례한 후 “역시 친구네요”라며 웃는다. 교문 지도를 하던 머리 희끗한 학교 보안관이 “친하네요”라며 말을 붙이자 엄마들이 “유치원 동창인데요. 졸업식 뒤 처음 봐요”라고 말한다.

새 학기가 시작된 2일 오전 9시30분. 세종시 참샘초등학교 교문 앞은 신입생과 학부형들로 시끌벅적했다. 참샘초는 1·2학년, 3·4학년, 5·6학년을 묶어 시차를 두고 운영하는 방식으로 ‘정상등교’를 시도하고 있다. 이날 2~6학년은 1시간 전에 등교해 수업을 받고 있었고 신입생들만 이 시간에 교문에 모이도록 했다.

학부모들은 교문 앞에서 학교로 들어가는 아이들을 걱정스러운 눈으로 지켜봤다. 직장인으로 보이는 학부모는 “수업 끝나면 방과후교실 갈 거야 알겠지? 어제 엄마가 얘기한 거 다 기억하지?”라고 묻자 아이는 “네”라고 짧게 답한 뒤 손짓하는 교사에게 달려가 실내화로 갈아 신었다.

교사들도 분주했다. 교문에서 학생을 교실로 인솔하고, 현관 앞에서 열을 재는 등 역할을 분담해 학교가 낯선 아이들을 맞았다. 학부모들로 혼잡한 가운데 씩씩하게 홀로 등교한 아이가 있었는데 아이가 두리번거리자 한 교사가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 “몇 반이니?”라고 묻고 어깨에 손을 올리고 들어갔다. 교사가 다정하게 이끌어주자 아이는 다시 씩씩해진 표정이었다.

올해 초등학교에 첫 발을 내디딘 아이들은 2015년생이다. 메르스 사태가 있던 해 태어나 첫 단체 생활이었던 유치원·어린이집에선 마스크와 거리두기부터 배웠다. 그리고 오미크론 변이가 정점으로 치닫는 시점에 학교생활을 시작하게 됐다.

학부모 임모(38)씨는 “코로나19 하루 확진자가 20만명이 넘었고 또 앞으로 얼마나 악화될지 모르는데 학교 보내는 게 맞는지 아직 고민”이라면서도 “다른 것보다 친구 관계가 중요하니 선생님들을 믿어보기로 했다. 오늘 아이가 재밌었다고 하는 걸 보니 일단 잘한 듯하다”고 말했다.

학교는 방과 후 학부모들에게 이런 문자메시지를 발송했다. “오늘 신발장에 신발 넣기, 입구에서 손 소독하기, 행거에 옷 걸기, 자기자리 찾기, 화장실 가기, 번호대로 줄서기, 급식 먹기 등을 했습니다. 학교가 재미있는 곳으로 인식되도록 깊은 애정과 지지를 보내주시면 많이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도경 교육전문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