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20만명을 첫 돌파한 2일 전국 초·중·고등학교가 불안과 혼란 속에 개학을 맞이했다. 일부 학교에선 개학 첫날부터 감염과 자가격리로 등교 중지 학생이 속출하면서 문을 연 지 하루 만에 상당수 학급의 수업 방식을 원격으로 전환했다.
전면 등교 방침을 세웠던 서울 동작구 A초등학교는 이날 5개 학급에 대해 원격 수업 전환을 결정했다. 오전 상황만 해도 1개 학급만 원격 전환키로 결정했지만 오후 들어 확진자와 자가격리자가 무더기로 발생했다. 7명(한 학급의 약 23%)의 확진자가 나온 반도 있었다.
앞서 교육부는 ‘학내 재학생 신규 확진 비율 3%’ 또는 ‘학내 재학생 등교중지 학생비율 15%’을 초과하면 원격 수업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이 학교는 이 기준을 학급 단위로 적용해 학급별 원격 수업 전환 근거로 삼았다.
학교 교장은 “이미 우려했던 상황”이라면서 “확진자와 자가격리자가 하루 만에 얼마나 증가할지 가늠할 수 없어 학교에선 하루에도 몇 번씩 등교 방식을 학생들에게 새로 안내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토로했다. 이 학교는 이번 주 후반 일부 학년 전체를 원격수업으로 전환하는 시나리오까지 검토 중이다.
인천의 한 초등학교도 확진자가 학교 자체 기준치를 넘어 3일부터는 원격수업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한 교사는 “오늘에서야 부랴부랴 아이들한테 태블릿을 나눠주고 있다”며 진땀을 뺐다.
학생 역학조사 부담이 일선 교사에게 떠넘겨졌다는 현장의 우려도 현실이 됐다. 경기도 한 중학교 3학년 학급 담임 교사는 이날 개학식을 마치고 학생 10명과 개별 상담을 했다. ‘엄마가 의심 증상이 있는데 아직 확진은 아니다’ ‘키트 검사로는 음성이 나왔다. 내일 학교 나와도 되느냐’는 문의가 줄을 이었다. 이 교사는 “일일이 학생들 감염 추적관리부터 대응 조치까지 모든 부담이 학교에 떠 넘겨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학부모들 걱정도 만만치 않다. 특히 자녀들이 주기적으로 자가진단키트 검사를 받는 데 대한 거부감이 큰 상황이다. 한 학부모는 “앞으로 매주 두 번씩 아이들 코를 쑤시고 등교시켜야 하는 거면 차라리 확진 받고 코 안 쑤시는 게 낫겠다”고 했다.
교육부는 자가진단키트 검사가 의무가 아닌 권고라고 했지만 학교 자체적으로 검사를 의무화한 곳도 있다. 서울 강동구의 한 고등학교는 “개학식 날 키트를 1개씩 배부하니 집에서 검사를 꼭 실시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안내했다. 서울 강서구의 한 초등학교에서도 자가진단키트 의무 검사 안내가 내려와 학부모들이 직접 학교에 “재공지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학교는 개학 전부터 집단감염의 진원지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사왔다. 실제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관내 B초등학교에서 지난달 28일 학생 11명과 교직원 1명이 확진된 데 이어 다음 날 학생 9명이 추가 감염됐다. C초등학교도 지난달 24일 학생 2명이 양성 판정을 받은 뒤 매일 추가 감염자가 나오면서 총 32명까지 확진자가 늘었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날 0시 기준 유치원생과 초·중·고교생 5616명이 코로나19에 확진돼 치료 중인 것으로 집계했다.
백순영 가톨릭대 의대 명예교수는 “현재 감염에 가장 노출돼 있는 연령은 백신 접종을 하지 않은 학생들”이라며 “학교가 감염 확산을 야기하는 장소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용일 박민지 기자 mrmonst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