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1개월 우크라 교민 쌍둥이, 여권 없어 ‘유모차 탈출’

입력 2022-03-02 17:48 수정 2022-03-02 18:03
자료 이미지. 픽사베이

우크라이나에서 생후 1개월 된 한국 국적의 쌍둥이 남매가 여권을 발급받지 못해 대사관의 도움 없이 자력으로 우크라이나를 탈출했다.

2일 YTN에 따르면 한국 남성 임모씨의 우크라이나 국적 아내 A씨가 어린 쌍둥이 남매를 데리고 자력으로 수㎞를 걸어 우크라이나 국경을 벗어나는 일이 발생했다. 쌍둥이 남매는 한국에서 출생 신고가 완료된 ‘한국 국적’이지만 여권을 발급받지 못한 터라 현지 한국 대사관으로부터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여권은 대면으로 신청해야 하는데, 임씨 가족이 코로나19에 확진된 데다 대사관이 있는 키예프 지역이 위험해지면서 대사관을 찾아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들이 거주하던 체르니우치에서 대사관까지는 열차로 12시간을 가야 하는 거리였다. 전쟁 발발 후 키예프는 러시아군이 인근까지 진격하는 등 아이를 데리고 진입하기는 불가능에 가까웠다.

이런 상황에서 A씨는 자신의 어머니와 함께 지난 27일 무작정 아기들을 유모차에 태우고 루마니아 국경을 향했다. 이들은 6~7㎞를 걸어가 검문소에 도착해 직접 호소한 끝에 비로소 우크라이나에서 벗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에 거주하는 A씨 남편 임씨는 우크라이나 현지에 전운이 돌기 시작하자, 2주 전부터 현지 대사관에 직접 방문이 어려운 상황을 알리고 여권 발급과 출국 도움을 요청했다고 YTN에 전했다. 하지만 대사관 측은 “실물 여권이 없으면 국경을 통과하지 못할 것이다. 안전한 곳에 대기하며 우크라이나 여권을 발급받을 방법을 찾아보라”고 권했다는 게 임씨의 설명이다. 임씨는 YTN과 인터뷰에서 “아내가 억지로 국경을 넘어가는 방법을 통해서 해결은 됐지만,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이 있었으면, 다시 이런 일 좀 안 일어났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외교부 측은 이날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임씨 자녀들은 정식 교민명단에 올라가진 않았지만, 별도 관리 대상이었으며 현지 대사관에서 (존재를) 인지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긴급한 상황이었기에 비대면으로 여권 대신 여행 증명서를 발급하는 등의 방법을 추진하고 있었다”면서 “이메일로 사본 제공을 추진하던 중 키예프 내 교전 상황이 벌어져 대사관이 안전한 장소로 이동하게 됐고, 급박한 상황에 경황이 없어 발급을 마무리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여행증명서 발급을 위해 협의하던 중 현지 교전 상황이 벌어져 업무를 진행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임씨는 현재 가족들과 함께 귀국하기 위해 루마니아로 출국했다. 루마니아에서 정식으로 여권과 비자를 발급받는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예솔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