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크런 우려 러시아 검은돈 몰렸나… 비트코인 ‘반짝’

입력 2022-03-02 17:36 수정 2022-04-19 11:04
비트코인 자료사진. 픽사베이 제공

암호화폐(가상화폐) 시장이 미국과 유럽연합(EU) 중심의 대러시아 금융 제재를 계기로 급등하고 있다. 러시아 자산의 가상화폐 시장 유입 전망으로 상승장을 견인했다는 분석이 나오는가 하면, ‘검은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기 전에 찾아온 전조라는 관측도 있다.

비트코인은 2일(한국시간) 오후 5시 현재 미국 가상화폐 시가총액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에서 24시간 전보다 1.15% 오른 4만3920달러(약 5303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 28일만 해도 3만8000달러를 밑돌았던 가격이 15% 넘게 상승했다. 지난 1일 한때 4만4000달러를 뚫고 올라가기도 했다.

주목할 건 국내 거래가다. 해외보다 비싼 가격에 매매됐던 국내가,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이 상당수 빠졌다. 비트코인은 같은 시간 국내 거래소 빗썸에서 5321만원, 업비트에서 5331만원에 매매되고 있다. 평소 5% 이상으로 나타났던 프리미엄이 사실상 사라졌다. 다만 지금의 국내외 거래가 간격 축소는 매수의 적기보다 위험 회피의 신호일 수 있다.

비트코인의 가격 상승세는 지난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어진 미국 EU 등의 금융 제재 시기와 맞물린다. 증권시장의 RTS지수가 이미 폭락했고, 은행과 핀테크 기업의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우려가 커지는 러시아에서 가상화폐 시장으로 자금이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 런던의 투자회사 모비어스 캐피털 파트너스는 “비트코인이 중앙은행처럼 특정 기관에 의해 발행되지 않아 제재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러시아가 금융 제재에서 사용할 수 있다”고 분석하면서 “러시아인은 돈과 자산을 외부로 빼돌리는 성향이 있다”고 진단했다. 러시아 재벌 소유의 부동산은 런던을 포함한 서유럽 곳곳에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트코인 투자자들 사이에선 다른 시각도 있다. 미국 중국 러시아 등 각국 정부에서 가상화폐 채굴·거래 제재 계획이 언급될 때마다 비트코인 가격이 상승한 뒤 순식간에 하락한 경험을 떠올리는 투자자도 적지 않다. 가상화폐 시장에 있던 러시아의 ‘검은돈’이 썰물처럼 빠져나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현금보다 추적에 용이한 블록체인의 작동 원리를 고려하면 러시아 자산의 금융 제재 회피 수단으로서 비트코인은 매력적이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가상화폐 투자업체 밸커리 인베스트의 리아 월드 최고경영자(CEO)는 “현금보다 블록체인 거래를 추적하는 쪽이 더 쉽다”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