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령 현역 화가’ ‘한국 근대미술의 산증인’으로 불리던 김병기 화백이 1일 오후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106세. 1916년 평양의 갑부 집안에서 태어났으며 고희동 김관호에 이어 일본에서 유학하고 3호 서양화가가 된 김찬영이 부친이다. 선친의 뒤를 이어 도쿄로 유학해 아방가르드양화연구소에서 이중섭, 김환기, 유영국 등과 수학했다. 이후 추상미술을 개척한 1세대 추상화가로 평가 받는다.
한국전쟁 중 ‘피카소와의 결별’(1951)을 발표한 걸 계기로 평론가로도 주목 받았고, 서울대 강사 등을 지냈다. 한국미술협회 이사장을 맡은 1965년 상파울루 비엔날레에 커미셔너로 참석했는데, 그때 귀국하지 않고 미국 사라토가에 정착했다. 화단 정치를 벗어나 오롯이 작가로서 살기 위한 것이었지만 49세의 나이엔 쉽지 않은 결행이었다.
이후 국내 화단에서 한동안 ‘증발한’ 존재가 됐던 그는 약 20년만인 1986년 가나아트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면서 화가로서의 건재함을 한국 미술계에 알렸다. 2014년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김병기:감각의 분할' 전을 연 것을 계기로 국내 정착해 작품 활동을 해왔다.
2019년 103세 최고령 개인전 기록을 세웠고, 지난해 대한민국예술원 미술전에도 신작을 발표했다. 2017년 101세에 대한민국예술원 최고령 회원으로 선출됐고 지난해 은관 문화훈장을 받았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발인은 4일 오전.
손영옥 문화전문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