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키예프·크림반도 등 우크라이나 지명을 러시아어 발음으로만 표기하던 관행을 고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의 침공을 계기로 그들과 맞서 싸우는 우크라이나에 대해 연대감을 강화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2일 외교부에 따르면 정부는 우크라이나 지명을 기존 러시아어 발음으로만 표기하던 방식을 바꾸고 우크라이나어 발음으로 표기하거나 기존 표기와 병기하는 방식으로 수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외교부 측은 “키예프 등 표기와 관련해 국립국어원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며 “당장 우크라이나 발음으로만 바꿔쓸 경우 혼동을 초래할 수 있어 당분간 병기하는 방안 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병기하는 안이 채택될 경우 우크라이나 수도인 키예프의 경우 ‘키이우(키예프)’로 표기된다.
국립국어원은 우리의 외국어 표기법에 따라 키예프는 ‘키이우’로 표기하자는 의견을 외교부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립국어원 측은 행정적으로 아직 기존 표기가 폐기되지 않았으므로 키예프를 앞쪽에 쓰는 방식을 우선 권고하고 있다. 이후 국립국어원에서 외래어심의공동위원회를 통해 지명을 최종 결정하면 정부는 이를 준용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지명을 러시아식 발음으로 쓰는 문제와 관련해 학계에서 문제 제기가 있었고,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관 측도 우크라이나식 표기를 요청했다.
앞서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관은 전날 공식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우크라이나 여러 지역의 지명이 침략국인 러시아의 발음으로 한국에서 표기되고 있다는 사실은 우크라이나인들에게 커다란 상처와 아픔이 되어 왔다”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우크라이나 지명을 우크라이나식 발음으로 표기해줄 것을 간청한다”고 밝혔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