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놓고 남북이 갈라지는 양상을 보였다. 조현 주유엔 한국대사와 김성 주유엔 북한대사는 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사태 관련 유엔 긴급특별총회에서 러시아를 두고 상반된 진영에 서서 논리 대결을 펼쳤다.
먼저 발언자로 나선 조 대사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무력 침공을 강하게 규탄한다”며 러시아군의 철수를 촉구했다. 1시간가량 뒤에 연단에 오른 김 대사는 “우크라이나 위기의 근본 원인은 고압적이고 독단적인 태도에 심취한 미국과 서방의 패권 정책에 있다”며 “미국과 서방은 법적 안보 보장을 제공해 달라는 러시아의 합리적이고 정당한 요구를 무시했다”고 러시아를 두둔했다.
조 대사는 러시아 철군을 요구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총회 결의안에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했다고 밝힌 반면, 김 대사는 이 결의안에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선언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북한은 한동안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북한이 그동안 미국에 대해 비난했던 제국주의적 행태, 내정간섭을 우방인 러시아가 실현한 것이어서 섣불리 러시아 편에 서기 힘들 것이란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북한은 그러나 2월 28일 외무성 대변인 명의로 “우크라이나 사태가 발생하게 된 근원은 미국과 서방의 패권주의 정책에 있다”며 첫 공식 입장을 냈다.
그사이 우리나라는 미국 주도의 러시아 제재 대열에 동참했다. 국제사회의 대러 제재 움직임에 뒤처진다는 지적이 나오자 정부는 러시아 은행 및 자회사와의 금융거래 중지, 러시아 국고채 투자 중단 등 독자 제재에 준하는 조치를 부랴부랴 쏟아냈다.
외교가에선 한반도의 안보지형이 한·미·일과 북·중·러의 대립 구조로 고착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런 구조는 북한이 운신할 수 있는 폭을 넓혀 미사일 도발을 부추기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북한이 지난달 27일 미사일 도발을 재개한 것과 관련해 “미국과 중·러의 관계 악화로 유엔 안보리에서 대북 제재를 채택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미국이 단독 제재를 채택한다면 북한은 ‘이중 기준’을 비난하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로까지 나아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여기에 북한이 한국 대선과 11월 미국 중간선거 결과 등을 고려해 국면 전환을 모색할 가능성이 있어 북미·남북 대화의 재개는 그만큼 멀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