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파괴된 키예프 TV타워… 러시아 무차별 포격

입력 2022-03-02 15:59
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서 러시아군 폭격으로 TV 송신탑에 불길이 치솟고 있다. 현지 언론은 여러 차례 폭발음이 들린 후 TV 방송이 중단됐다고 전했다. 연합

러시아군이 주요 도시의 민간인 지역까지 포격을 가하고 있다. 당초 예상했던 ‘속도전’이 지체되자 조급함을 느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보복성 공격을 감행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간인 피해를 고려한 기존 전술을 포기하고 공격 수위를 높였다는 것이다.

러시아군은 침공 엿새째인 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와 제2 도시인 하르키우에 무차별 포격을 가했다. 이 공습으로 다수의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하고 키예프 TV타워가 파괴되는 등 큰 피해가 발생했다. 우크라이나 내무부는 이날 로켓 공격으로 방송 시설이 파괴됐으며 러시아가 도시의 통신 기반 시설을 무너뜨리려 한다고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키예프 시장인 비탈리 클리치코는 TV타워를 겨냥한 공격으로 최소 5명이 숨지고 5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클리치코 시장은 “변전소 등이 파괴돼 TV타워 가동이 중단됐으며, 최대한 빨리 수리를 마치고 방송을 개시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러시아가 파괴한 TV타워는 ‘바비야르 대학살’ 추모관과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다. 이 추모관은 1941년 9월 29일~30일 사이 키예프 외곽 산골짜기에서 나치 친위대에게 총살당한 유대인 3만4000여명의 영혼을 기리는 곳이다.

우크라이나 외무부는 “러시아가 대학살 추모관 인근의 TV타워를 공격한 것은 야만적”이라고 맹비난했다. 우크라이나 육군 참모총장도 “야만인들은 홀로코스트의 희생자들을 또 한 번 죽이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스라엘의 세계 홀로코스트 추모 센터도 이번 러시아의 공격을 강력히 규탄했다. 센터는 성명을 발표해 “우리는 국제사회가 연구, 교육, 홀로코스트 추모에 있어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치를 지닌 민간인의 생명과 유적지를 보호하기 위한 공동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영상 성명을 통해 러시아의 도시 공습을 ‘전쟁 범죄’ ‘국가 주도 테러’라고 규정했다. 그는 “하리코프와 키예프가 현재 러시아의 가장 중요한 목표물”이라며 “이런 테러 행위는 우리를 파괴하고, 우리의 저항을 부수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특히 광장을 대상으로 한 러시아의 공격을 언급하며 “누구도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누구도 잊지 않을 것이다. 러시아가 저지르는 국가적 테러행위”라고 거듭 비판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