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우크라이나 대사관이 러시아식 표현이 아닌 우크라이나식 표현을 사용할 것을 요청했다. 국립국어원 측은 외래어표기법상 러시아식과 우크라이나식 모두 사용은 가능하다면서 우크라이나식 표기시 ‘키이우’가 적합하다고 답했다.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관은 지난 1일 SNS를 통해 우크라이나 지명이 러시아식으로 잘못 사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수도의 명칭은 키예프가 아닌 ‘크이우’로, 크림반도는 ‘크름반도’ 등으로 표기해 달라는 요청이다.
대사관은 “침략국인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민간인을 학살하고 문화유산을 파괴하는 만행을 저지르고 있다”며 “이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지명이 침략국인 러시아 발음으로 한국에서 표기되는 사실은 우크라이나인에게 큰 상처와 아픔이다”고 호소했다.
국민일보는 2일 외래어표기법상 어떤 표현이 맞는지 국립국어원 공공언어과에 문의했다. 외래어 표기법 제1장 5항과 제4장 제2절은 관용적 표현은 인정하되, 외래어 표기법에 명시되지 않은 언어권의 인명과 지명은 원지음을 따르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어와 러시아어식 표기가 모두 가능하다는 게 국립국어원 측 답이다.
국립국어원 관계자는 우선 1920년대부터 사용된 ‘키예프’라는 표현은 관용적 표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4장 제2절을 고려해 우크라이나 원지음 표기도 병기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다만 크이우가 아닌 ‘키이우’가 맞는 표현이라고 했다. 국민이 편리한 외래어 사용을 목적으로 하는 외래어 표기법에 근거한 결과다.
이 관계자는 “Київ의 и은 우크라이나에서 ‘으’와 ‘의’ 사이로 발음되는데 한국인이 이해하기엔 어렵다”며 “정부·언론 외래어 심의 위원회에서 이런 사항을 고려해 만든 우크라이나 외래어 표기지침을 따랐다”고 말했다. 해당 지침에 따라 и은 ‘이’로 표기한다.
또한 국립국어원은 “크림반도는 크름반도가 아닌 ‘크림반도’가 맞다”고 밝혔다. 이 역시 우크라이나 외래어 표기지침을 고려했다.
국립국어원은 모든 언어에 대한 자모와 표기 세칙을 정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상황에 맞게 표기 지침을 꾸린다. 국립국어원은 “우크라이나어와 러시아어의 음운 체계가 비슷하다”며 “해당 지침에서 60~70%는 러시아 표기를 따르고 나머지 30~40%는 우크라이나 실제 발음을 인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립국어원은 이날 중 국립국어원 누리집에 관련 자료를 게재할 예정이다. 국립국어원 관계자는 “현재 국민적으로 우크라이나어 표기법에 관심이 많다”며 “우크라이나어 표기를 인정했을 때 무엇이 옳은 표현인지 용례를 통해 소개해드릴 예정이다”고 밝혔다.
이찬규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