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야권 단일화가 무산되면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측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 측과 관련해 미묘한 상황에 빠졌다.
윤석열 후보 측은 표면적으로는 단일화 가능성을 여전히 열어둔 만큼 윤 후보를 때리는 안 후보 측의 비판에 반격을 자제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불만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권영세 국민의힘 선대본부장은 2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단일화와 관련해) 우리는 지금은 기다리고 있지만 쉽지 않다”며 “결국은 표로 단일화를 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여론조사 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안 후보의 태도 변화 없이는 어떠한 논의도 힘들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안 후보는 단일화 무산 이후 윤 후보를 향해 공세를 펼치고 있다.
그는 지난 27일 전남 목표 유세에서 “TV토론에서 (윤 후보에게) ‘우크라이나 사태가 생기면 미국이 거기에 미군을 집중 투입할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지금 대한민국과 북한의 대치 상황에서 우리 안보가 굉장히 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물어봤다”며 “그런 답도 머릿속에 없는 사람이 어떻게 대통령을 하느냐. 우리나라 전체를 위기에 빠뜨릴 것인가”라고 윤 후보를 직격했다.
또 안 후보가 지난 23일 울산 유세 때 윤 후보를 겨냥해 “무능한 후보를 뽑아서 그 사람이 당선된다면 1년 지나면 그 손가락을 자르고 싶을 것”이라고 한 발언이 뒤늦게 주목받고 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해당 유세 영상을 페이스북에 공유하며 “안철수의 명연설”이라고 적었다.
또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의 최근 발언도 윤 후보 측에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 28일 오마이뉴스TV 인터뷰에서 “‘내가 머리가 나빠도 무슨 머리는 빌리면 된다’는 건 굉장히 듣기가 거북스러운 소리”라며 “최소한 머리를 빌리려면 빌릴 수 있는 머리는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전문가 기용을 강조해온 윤 후보를 저격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다만 김 전 위원장은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옛날부터 머리 빌린다는 사람은 많이 있었다”며 “누구에게나 똑같은 얘기”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국민의힘은 안 후보에 대한 실망감이 크지만, 비판은 자제하고 있다. 한 선대본부 관계자는 “반격을 가하자니 단일화가 완전 무산될 수 있고, 참고 있지만 선을 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수도권 의원은 “윤 후보가 공동정부까지 제안했는데 단일화를 엎어버린 안 후보의 행태에 대다수 의원의 불만이 폭발 직전”이라고 전했다.
한 영남권 의원은 “단일화가 무산되면서 안 후보에 대한 당내 분위기는 최악”이라며 “막판 단일화의 끈을 놓을 수가 없으니 공개적인 비판을 다들 참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