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은 틀렸다. 우리는 이미 준비돼 있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취임 첫 국정연설에서 우크라이나에 정규군을 파병해 침공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언급하면서 ‘대통령(President)’이라는 존칭을 붙이지 않고 이름만으로 불렀다. 푸틴 대통령에게 강력하게 경고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2일(한국시간) 미국 워싱턴 DC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상·하원 합동회의 단상에 선 국정연설에서 “푸틴이 엿새 전 자유세계의 근간을 흔들려는 시도를 했다. 그의 방식으로 자유세계를 굽힐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그는 결코 상상하지 못한 힘(미국과 동맹국의 제재)의 벽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이어 “독재자가 공격의 대가를 치르지 않을 때 더 많은 혼란을 초래한다는 교훈을 우리는 역사에서 배웠다”며 “그(푸틴)는 외교적인 노력을 거부했다. 서방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대응하지 않을 것이고, 우리를 분열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다. 푸틴은 틀렸다. 우리는 이미 준비돼 있었다”고 강조했다.
미국 경제지 비즈니스인사이더는 바이든 대통령의 연설 내용을 분석하면서 “푸틴 대통령을 이름으로만 불렀다”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푸틴의 전쟁(Putin’s war)’이라고 지칭했다”고 설명했다. 푸틴 대통령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의 태도 변화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바이든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앞둔 지난달 12일 전화 회담으로 62분이나 통화했지만 해법을 찾지 못했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은 “시진핑에게 내가 말한 것처럼 미국에 맞서는 쪽에 베팅하는 건 결코 좋지 않다”고 말할 때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에 대해서도 존칭 없이 이름으로만 불렀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제 자유세계가 그에게 책임을 묻고 있다”며 대러시아 제재에 동참 국가들을 열거했다. 27개국으로 구성된 유럽연합(EU), 영국, 일본과 더불어 한국도 언급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이 어느 때보다 고립됐다. 우리는 동맹과 함께 강력한 경제 제재를 집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를 고립하는 조처로 항공기의 미국 영공 비행 금지를 포함한 추가 제재 방침을 공개했다. 그는 “이 폭력적 정권(러시아 정부)에서 수십억 달러를 사취해온 러시아의 재벌과 부패한 지도자들에게 말하겠다. 우리는 당신들의 요트, 전용기, 호화 아파트를 찾아내 압류하기 위해 유럽의 동맹에 합류할 것”이라며 “우리는 당신들이 부정한 방법으로 얻은 이익을 가지러 가고 있다”고 경고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