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밤 8시 사회 분야 마지막 TV토론을 앞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 “여성이 안전한 대한민국, 성범죄와의 전쟁 선포”라며 여성 친화적인 공약을 내세웠다.
지난 1월 6일 ‘성범죄 처벌 강화, 무고죄 처벌 강화’라는 글을 올려 ‘이대남’의 표심을 잡으려고 했다면, 이번 한줄 공약은 ‘여성’에 방점이 찍힌 메시지인 셈이다.
윤 후보는 그동안 “여성가족부 폐지” “성범죄 무고죄 조항 신설” 등 여성계의 반대 여론을 무릅쓰고 20·30대 남성들이 요구해왔던 공약을 내걸었던 바 있다. 윤 후보는 앞서 “‘가족’ 우선 정책이 아닌 ‘여성’ 우대 정책 위주의 불공정 정책을 다수 양산하는 여가부를 폐지하겠다”며 “공정한 경쟁을 추구하는 청년들과 ‘가족’의 가치를 재조명할 수 있는 별도 부처를 설립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윤 후보의 여성 공약을 살펴보면 그의 공약위키에는 ‘성범죄·흉악범 처벌 강화’를 가장 앞세웠다. 구체적으로는 전자감독제 운영과 보호수용제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보호수용제는 재범 위험이 높은 강력범을 형기 만료 후 일정 기간 보호수용시설에 수용하는 제도다. 2005년 이중처벌과 인권침해 논란으로 사회보호법과 함께 보호감호제도가 폐지됐지만 이와 유사한 제도를 다시 부활시키겠다는 취지다.
국가인권위는 지난 2020년 법무부가 의견조회를 요청한 보호수용법 제정안에 대해 “국민 불안을 해소하고 안전보장 목적의 정당성은 인정되지만, 자유의 박탈이라는 본질에서 형벌과 차이가 없어 이중처벌과 기본권 침해 소지가 크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윤 후보가 ‘성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했지만, 이외에는 ‘전쟁’보다는 ‘피해자 보호’에 방점이 찍혀있다. 윤 후보의 공약에는 ‘권력형 성범죄 근절’을 내세우면서 피해자 보호제도가 구체적인 유일한 내용이다.
이외에는 ‘범죄피해자 보호·지원의 모든 제도를 피해자 중심으로 전환하겠다’며 피해자 보호에 방점이 찍혀 있다. ‘범죄피해자 보호·지원할 통합 전담 기관’ ‘강력범죄 피해자를 위한 치유지원금’ ‘디지털성범죄 피해자의 잊혀질 권리 보장’ ‘스토킹피해자의 신변보호 국가가 책임’ ‘교제폭력 피해자 보호 위한 제도 신설’ 등으로 피해자 권리를 적극적으로 지키겠다는 것이다.
윤 후보가 ‘성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했지만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비동의 강간죄’에 대해선 명쾌한 답을 제시하지 않는 등 성범죄 구성요건에 대해선 새로운 공약을 제시하진 않았다.
지난 2020년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비동의 강간죄’ 도입을 주장하면서 남녀 간 논쟁이 격렬해진 바 있다. ‘동의 여부’가 지극히 주관의 영역이라서 명확하게 동의를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이 반대하는 측의 주장이었다.
찬성하는 측은 입증의 책임을 가해자에게 둔다는 점에서 ‘비동의 강간죄’ 도입을 환영했다. 기존 강간죄는 폭행·협박이 범죄의 구성요건이 돼 법정에서 검사가 이를 입증해야하지만, ‘비동의 강간죄’는 상대방의 동의 여부를 범죄 구성 요건에 포함시키면서 피의자에게 입증 책임을 지운다는 것이다.
선대본부 관계자는 “윤 후보는 검찰 재직 때부터 성범죄 피해자 보호에 대한 원칙이 확고했다”며 “그동안 윤 후보의 여성 공약이 부각되지 못했는데 이번에 힘을 실어서 SNS에 ‘한줄’ 메시지를 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