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집권 2년 차에 처음으로 나선 국정연설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오판하고 있다”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좋은 쪽에 베팅하라”고 말했다. 미국에 맞서지 말라는 경고로 풀이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의 도발을 억제하고 중국과의 경쟁에서 승리하겠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표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일(한국시간) 미국 워싱턴 DC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상·하원 합동회의 단상에 선 국정연설에서 취임 첫해인 지난해 통과시킨 인프라 법안의 성과를 언급하며 “이것이 미국을 변화하게 만들 것이다. 21세기 들어 중국을 비롯해 세계에서 걸어오는 경제 경쟁을 승리하는 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 주석에게 내가 말한 것처럼 미국에 맞서는 쪽에 베팅하는 건 결코 좋지 않다”며 “미국인 수백만명을 위해 좋은 일자리를 만들겠다. 다리, 공항, 항만을 근대화하겠다”고 제시했다. 임기 중 핵심 과제로 꺼낸 ‘더 나은 재건 법안(BBB)’의 의회 통과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성장을 이룰 각오를 밝히는 동시에 중국의 견제를 뿌리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바이든 대통령은 “나에게 최우선 순위는 물가를 통제하는 것”이라며 “우리에겐 선택지가 있다. 인플레이션과 싸우기 위해 임금을 깎아 미국인을 더 가난하게 만들 수도 있지만, 나는 그보다 더 나은 방안을 가지고 있다”고 자신했다.
그러면서 기업들을 향해 “비용과 임금을 줄이지 말라. 미국에서 더 많은 자동차와 반도체를 만들면 된다. 해외 공급망에 의존하는 대신 미국에서 그것들을 만들 수 있다”며 “이를 놓고 경제학자들은 생산 능력을 향상할 것이라고 평가한다. 17명의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들이 내 계획에 대해 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 압박을 줄일 것이라고 한다”고 주장했다.
경제를 말할 때 시 주석을 지목한 바이든 대통령은 안보를 주제로 놓고서는 푸틴 대통령을 가리켰다.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이 엿새 전 자유세계의 근간을 흔들려는 시도를 했다. 그의 방식으로 자유세계를 굽힐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그는 결코 예상하거나 상상하지도 못한 힘의 벽에 직면했다”고 했다. 러시아는 엿새 전인 지난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설에서 푸틴을 언급할 때 ‘대통령(President)’을 빼고 이름만 불렀다.
바이든 대통령은 “독재자가 공격의 대가를 치르지 않을 때 더 많은 혼란을 초래한다는 교훈을 우리는 역사에서 배웠다”며 “그(푸틴)는 외교적인 노력을 거부했다. 서방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대응하지 않을 것이고, 우리를 분열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다. 푸틴은 틀렸다. 우리는 이미 준비돼 있었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제 자유세계가 그에게 책임을 묻고 있다”며 대러시아 제재에 동참 국가들을 열거했다. 27개국으로 구성된 유럽연합(EU), 영국, 일본과 더불어 한국도 언급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이 어느 때보다 고립됐다. 우리는 동맹과 함께 강력한 경제 제재를 집행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