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희 서울 관악구청장은 “2011년 이후 10년 만에 정부가 벤처기업육성 촉진지구(벤처촉진지구)로 관악구를 지정했다”며 “벤처 창업과 자영업 생태계 활성화로 관악의 경제력을 퀀텀 점프하겠다”고 말했다.
‘경제구청장’을 자임하며 당선된 그는 민선 7기 내내 서울대를 축으로 한 벤처 거점 ‘관악 S밸리’ 구축에 사활을 걸었다. 서울대가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면서 민·관·학이 어우러진 S밸리가 본격 가동됐다. 한편에선 ‘샤로수길’과 ‘별빛 신사리 상권 르네상스’ 등 전통적 자영업 상권을 부활시키는 데 역점을 뒀다.
박 구청장은 2일 관악구 청사에서 가진 국민일보 인터뷰에서 “민선 7기에 들어서며 청년 세대, 서울대의 기술력과 고급 인재를 동력 삼아 충분히 ‘S밸리’를 성공시킬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나름 성과가 컸다는 자부심이 있다”고 평가했다.
관악은 그동안 강남 테헤란 밸리와 구로 G밸리 사이에 낀 낙후된 베드타운 이미지가 강했다. 박 구청장은 경제 생태계를 부흥하고 기업 도시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미국 스탠퍼드 대학을 낀 실리콘밸리 체제를 관악구에 이식시키기로 마음먹었다. 관건은 서울대였다. 박 구청장은 “미국 실리콘밸리나 중국 칭화대처럼 우수한 대학 근처에 벤처 타운이 형성돼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오세정 서울대 총장이 부임한 이후 조성 작업이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대기업도 서울대의 기술력·인력과 협업하기 위해선 관악에 베이스캠프를 둘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관악 S밸리는 낙성동 일대 ‘낙성 벤처밸리’, 대학동 중심의 ‘신림창업밸리’ 두 지역 거점에 서울대가 결합한 클러스터다. S는 스타트업, 스타, 서울대 등 다중적 의미로 붙여졌다. 박 구청장은 “벤처 창업의 불모지였던 관악이었는데 벌써 시·구와 KB 금융·우리금융 등 민간 기업이 함께 13개 빌딩을 매입해 창업 보육공간을 조성했다”며 “112개 기업이 입주해 700여명의 창업 벤처활동가가 근무 중”이라고 말했다.
관악구는 이런 성과를 인정받아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벤처촉진지구로 지정됐다. 정부가 이를 지정한 것을 10년 만이다. 박 구청장은 “정부도 미래 가능성을 보고 10년 동안 해주지 않았던 벤처촉진지구로 지정한 것”고 평가했다. 이어 “고시촌이었던 대학동은 사법 시험이 폐지되면서 지역경제도 활력과 생기를 잃어갔던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이제 거기에 새로 생긴 신림선 역명이 서울대 벤처타운 역으로 명명될 정도로 S밸리로 인해 도시 상권이 다시 태어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올해 6개 기업 입주 공고를 냈는데 전국에서 180개 기업이 응모했다. 박 구청장은 “벤처촉진지구로 지정되면 기업에 취득세, 재산세 감면 같은 세제 혜택이 주어지고, 중앙 정부로부터 각종 지원도 받게 된다”며 “벤처지구가 제대로 육성되면 부동산 측면에서도 저평가받았던 관악이 마침내 제대로 평가받을 기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관악구는 기초자치단체 중 최초로 200억원 규모의 창업지원펀드도 조성했다. 구에서 5억원을 출자한 대신 그 배인 10억원 이상을 관악구 내 중소·벤처기업에 의무적으로 투자토록 했다. 박 구청장은 “그동안 데모데이(투자설명회)도 많이 했고 프로그램도 여럿 진행했다”며 “이제 민간 기업들이 S밸리에 많이 들어오니까 별도의 S밸리 추진단을 구성하려 한다”고 말했다.
관악 경제의 또 다른 축은 소상공인 중심의 자영업 생태계다. 박 구청장은 “관악구 경제의 주요 패러다임은 94%를 구성하고 있는 소상공인을 지원하는 정책”이라며 “소상공인에게 10원이라도 이익이 된다면 정책으로 만들려고 했다”고 말했다. 박 구청장은 과거 지역경제과를 일자리벤처과와 지역상권활성화과로 이분화했다. 그는 “일자리벤처과는 혁신경제라는 이름으로 S밸리를 중점 추진한다. 벤처 창업 도시를 만드는 일에 집중한다”며 “지역상권활성화과는 상생 경제 이름 아래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관악구는 골목상권 열 군데를 지정해 가게 인테리어 및 제품 디자인을 개선하는 아트테리어 사업을 진행했다. 또 지역마다 상인회를 조직해 자영업자들의 자생력을 키울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죽은 상권이었던 ‘샤로수길’이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 과거 순대타운인 신림역 상권에도 5년간 80억원을 투입해 별빛 신사리 상권 르네상스 사업을 시작했다. 난곡동 일대 낙후 동네도 30억원을 들여 생활상권 육성사업이 추진된다.
박 구청장은 “소상공인에 고기를 잡아주기보다는 잡는 방법을 알려줘야 한다”며 “만날 지원금만 줄 게 아니라 상권 자체를 활성화해서 자생력을 가지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골목형 상점도 3개나 조성했다. 이 경우 온누리상품권을 취급할 수 있게 된다”며 “이런 제도적, 법적 뒷받침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제 민선 7기도 석 달여 밖에 남지 않았다. 박 구청장은 “6개 비전, 72개 실천 과제 로드맵을 그린 뒤 공약으로 만들었다. 이제 93.9% 공약을 완수했다”며 “마지막까지 구민과 약속한 부분을 잘 마무리하겠다”고 말했다.
강준구 김이현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