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기간제 직원이라도 ‘자동연장’ 조항 있으면 해고 무효”

입력 2022-03-02 13:15

기간제 근로자여도 근로계약서에 ‘당사자간 합의가 없는 한 자동 연장된다’는 조항이 있다면 근로계약이 연장되는 것으로 봐야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A씨(69)가 회사를 상대로 낸 해고무효 확인소송 상고심에서 원심 중 A씨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일 밝혔다.

A씨는 2017년 5월 B회사에 헬기 조종사로 취직했다. 당시 64세로 B회사의 취업규칙상 정년을 넘은 상태였던 A씨는 근로기간을 1년으로 정했다. 그러면서 계약서에 ‘계약 기간 만료시까지 별도 합의가 없다면 계약은 자동 연장된다’는 조항을 넣었다.

하지만 몇 달 뒤 A씨를 추천했던 회사 직원이 문제를 일으켰고, 회사는 이 직원의 사표를 받으면서 A씨에게도 사직서를 요구했다. A씨도 이에 동의해 2017년 12월 31일부로 해고 통보를 받았지만 이내 마음을 바꿨다. A씨는 회사의 해고는 무효라고 주장하며 지급받지 못한 임금을 달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1·2심은 기간제 계약과 자동연장 조항 사이에 모순이 있다고 지적했다. 근로기간을 정해뒀으면서도 사실상 무기계약으로 해석이 가능한 단서를 남겼기 때문이다.

1심 재판부는 “모순되는 내용을 합리적이고 조화롭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며 “계약기간이 종료하면 회사가 연장 여부를 심사해 갱신 여부를 결정할 수 있되 만료일까지 갱신 거부의 뜻을 표하지 않으면 계약이 갱신된 것으로 보는게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1년의 계약기간이 지난 뒤 회사가 갱신여부를 결정해 A씨를 해고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다만 계약기간인 2018년 4월까지의 미지급 임금은 회사가 A씨에게 줘야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이 사건 조항은 그 자체로 ‘원고와 피고가 2018년 4월 30일까지 별도로 합의하지 않는 한 근로계약은 자동으로 연장된다’는 의미임이 명확하다”고 봤다. 계약서 문언의 의미가 명확하다면 적혀 있는 그대로 해석해야 한다는 뜻이다. 대법원은 “원심이 근로계약이 자동연장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에는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