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푸틴 고립돼 있어, 전쟁은 러시아를 더 약하게 만들 것”

입력 2022-03-02 12:47 수정 2022-03-02 14:06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취임 후 첫 상·하원 합동회의 국정연설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정면 겨냥하며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푸틴 대통령은 고립돼 있고, 이번 전쟁이 러시아를 더 약하게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유럽 등 서방 동맹과 함께 대러 제재에 동참하고 있는 나라를 열거하며 한국도 소개했다. 민주당과 공화당 상·하원 의원 여러 명이 우크라이나 국기를 손에 들거나 가슴에 달고 손뼉을 치며 화답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은 6일 전 자유세계의 근간을 흔들려고 했다. 그러나 그는 매우 오판했다”며 “결코 예상하거나 상상하지 못한 힘의 벽을 만났다”고 말했다. 또 “우리는 역사를 통해 독재자들이 공격에 대한 대가를 치르지 않을 때 더 많은 혼란을 초래한다는 교훈을 배웠다”며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는 뜻을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의 전쟁은 사전 계획됐고, 정당한 이유가 없는 것이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서방과 나토가 (침공에) 대응하지 않을 것이고, 우리를 분열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푸틴은 틀렸고, 우리는 준비돼 있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은 그 어느 때보다 세계에서 고립돼 있다. 우리는 동맹과 함께 강력한 경제 제재를 집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제재에 동참한 유럽연합(EU) 27개국, 영국, 캐나다, 일본, 호주, 뉴질랜드, 스위스 등을 소개하며 한국도 거론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시민의 용감함과 결단력은 세계에 영감을 준다. 맨몸으로 탱크를 막고, 학생과 교사, 퇴직자들이 모두 조국을 지키는 군인으로 변신한다”고 찬사를 보냈다 그러면서 “우리는 진실로 러시아의 거짓에 맞섰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국민과 함께한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본회의장에 있는 우리 모두 일어서서 우크라이나와 세계에 분명한 신호를 보내자”고 제안했고, 의원들은 기립박수로 답했다. 영부인 질 바이든 여사 초청을 받은 옥사나 마르카로바 미국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도 박수로 사의를 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앞으로 며칠, 몇 주, 몇 달은 그들(우크라이나 시민)에게 힘든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푸틴은 전장에서 이익을 얻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계속해서 높은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역사가 쓰일 때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은 러시아를 더 약하게 만들고, 나머지 세계는 더 강하게 만드는 것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금을 ‘민주주의와 독재정권의 싸움’이라고 부르며 “민주주의는 현재 부상하고 있고, 세계는 분명히 평화와 안보의 편을 선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 항공기의 미국 영공 비행을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EU와 캐나다가 러시아 항공기의 자국 영공 비행을 금지한 데 이어 미국도 이에 합류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 군대는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군과 교전하지 않을 것”이라며 파병 불가 입장도 거듭 밝혔다. 그러나 “푸틴이 서진(西進)을 계속하기로 할 경우 나토 동맹을 방어하기 위해 군대가 유럽으로 간다”며 “집단적 힘을 다해 나토 국가의 모든 영토를 방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인플레이션 문제와 관련해 “물가와 싸우는 한 방법은 임금을 낮춰 미국인을 더 가난하게 만드는 것이지만 나는 더 나은 계획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임금이 아닌 비용 절감, 미국 내 더 많은 자동차와 반도체 생산, 더 많은 상품의 빠르고 값싼 이동 등을 설명하며 “외국의 공급망에 의존하는 대신 미국에서 이를 만들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인프라 법안을 언급하며 “21세기 경제 경쟁에서, 특히 중국과의 경제에서 승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말했든 ‘미국 국민을 상대로 도박을 하는 건 결코 좋은 베팅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코로나19는 지난해 우리를 갈라놓았지만, 오늘 밤 우리는 드디어 다시 뭉쳤다”며 “자유가 항상 폭정을 이길 것이라는 확고한 결의를 가지고 만났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코로나19는 더는 우리 삶을 통제할 수 없다”고 선언했다. 또 “나는 ‘위드 코로나’를 받아들이지 않고, 계속 싸우겠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글로벌 위기 대응을 위해 단결과 민주주의의 힘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분석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