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화 속에도 생명은…’ 키예프 방공호 마련된 산과 [포착]

입력 2022-03-02 12:29 수정 2022-03-02 13:26
러시아의 공격으로 키예프의 지하 대피소로 옮겨진 한 산부인과 병동. 세르게이 바크셰프 페이스북 캡처

우크라이나 키예프의 한 산부인과 의사가 러시아의 폭격에 지하 대피소로 환자를 옮겨 출산을 돕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최근 공개해 감동을 주고 있다.

세르게이 바크셰프 박사는 러시아 공격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분만실 전체를 키예프 지하 임시 병동에 옮겼다. 그가 지난달 25일(현지시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을 보면 임시 병동은 건물 내벽 시멘트가 벗겨지고 천장이 노출돼 있어 파이프가 그대로 보이는 등 다소 열악한 가운데서도 침대, 의료장비 등을 갖추고 있다.

출산이 임박한 산모와 이미 아기를 낳고 진료받는 환자 등이 이 임시 병동에서 지내는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의 공격으로 키예프의 한 산부인과 병동이 지하 대피소로 옮겨졌다. 세르게이 바크셰프 페이스북 캡처

바크셰프는 페이스북을 통해 “의사, 조산사, 간호사들은 산모와 아기의 안전을 챙기고 있다”면서도 “가족이 안전한지 모른 채 교대근무를 계속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도 우크라이나의 새 생명이 세상에 온다”며 “우크라이나의 산부인과 의사는 무릎 꿇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월 26일 산모 미아가 임시 보호소에서 아이를 낳았다. 한나 홉코는 해당 사진을 게시하며 "우리는 생명과 인류를 지킨다!"고 전했다. 한나 홉코 트위터 캡처

우크라이나 국회의원이자 민주행동회의 의장을 지낸 한나 홉코는 지난 26일 보호소에서 태어난 갓난아이의 모습을 공유하기도 했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같은 날 러시아군 10만명 이상이 집단집결한 우크라이나 동부 국경과 가까운 병원 지하에서 또 다른 산모가 출산했다. 키예프 시 당국은 이틀 밤 동안 80명이 넘는 아기가 병원 지하실, 지하철역과 같은 임시 방공호에서 태어났다고 전했다.

빅토르 랴쉬코 우크라이나 보건부 장관은 “의료인들이 생명을 구하는 과정에서 러시아의 공격으로 매일 죽어간다”며 “자신을 희생하는 우리 의료진이 자랑스럽다”고 SNS를 통해 밝혔다.

황서량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