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삶에 관한 얘길 하겠다”…‘인간적 면모’ 부각시키는 이재명

입력 2022-03-02 11:19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28일 경북 안동시 웅부공원에서 열린 '안동의 아들 이재명, 대통령으로 키웁시다' 안동 유세에서 지지자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늘은 제 삶에 관한 이야기를 해도 되겠습니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지난달 28일 고향 안동 유세에서 연설 내용을 갑작스레 바꿨다. 이 후보는 “통합, 경제, 평화가 중요하다는 이런 얘기는 다른 데서 다 들으셨을테니”라며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는 내용으로 25분간의 연설을 채웠다.

가난했던 유년시절에 대한 회상이 주된 내용이었다. 이 후보는 “보리왕겨로 떡을 만들어 먹으면 목이 콕콕 찔린다. 정말 개떡 같다. 그런 개떡을 먹고 수시로 굶으며 살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초등학교 6㎞를 걸어서 다녔는데, 학교 갔다 오면 어머니가 아들 온다고 기다려 주시고, 그 품에 안겨 재롱떨던 시절이 행복했던 것 같다”며 잠시 감회에 잠긴 표정을 짓기도 했다.

이는 이 후보의 최근 유세 현장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장면이다. ‘강골 이미지’에 가려져 있는 인간적인 면모를 최대한 부각시키려는 시도다. 유권자들의 감성에 호소하면서 높은 비호감도를 최대한 낮춰보려는 전략이기도 하다.

이 후보는 특히 작고한 모친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면 더 애틋해하는 모습이다. 이 후보는 안동 유세 직전 페이스북에 “정치에 뛰어들어서 겪지 않아도 될 일을 감내하시게 했다”며 “늘 가슴 졸이는 아픔을 드린 것 같아 죄송한 마음이 크다”고 적었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2일 “고향에 가면 조금 더 편안하게 연설을 해도 좋겠다는 조언은 했다”며 “다만 구체적인 내용이나 톤은 이 후보가 그 순간에 현장 반응 등을 보면서 즉흥적으로 결정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24일 충북 충주시 산척면 산척치안센터 앞에서 열린 유세에서 큰절을 하고 있다. 산척은 이 후보의 처가가 있는 곳이다. 뉴시스

지난달 24일 충북 충주 산척면 유세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연출됐다. 이 후보는 충주가 장인의 고향인 점을 상기시킨 뒤 “사실 여기서 정치적인 얘기를 해 봐야 의미가 적을 것 같다”며 주민들과 예정에 없던 대화를 주고받았다.

주민들의 요청에 못 이겨 ‘울고 넘는 박달재’를 무반주로 완창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음치인 게 완전히 들통나 버렸다”며 “국민께서 즐거울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망가질 자신이 있다”고 넉살을 부렸다.

이 후보 측 관계자는 “‘찔러도 피 한방울 안 나올 것 같은 사람’이란 이미지가 강하지만 이 후보는 생각보다 더 입체적인 인물”이라며 “그런 이면의 모습들을 최대한 알리려 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의 공식 광고 역시 유권자들에게 감성적 측면으로 접근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재명을 싫어하시는 분들께’라는 제목의 첫 번째 TV광고는 이른바 ‘셀프 디스’ 방식을 차용했다. 이 후보의 흠결들을 나열한 뒤에 “이재명은 흠이 많은 게 아니라 상처가 많은 사람”이라고 호소한다.

두 번째 TV광고에는 이 후보의 성남 상대원시장 연설을 그대로 담았다. 이 후보는 당시 연설에서 “제가 하는 모든 일은 우리 서민들의 삶과 이재명의 참혹한 삶이 투영돼 있다”며 눈물로 지지를 호소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