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유엔총회서 러시아 두둔…한국은 “러시아 규탄”

입력 2022-03-02 07:43 수정 2022-03-02 09:01

북한이 유엔(UN) 긴급 특별총회에서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두둔하고 사태의 책임을 미국에 돌렸다.

김성 유엔 주재 북한대사는 1일(현지시간) 총회 발언자로 나와 “미국과 서방은 법적 안보 보장을 제공해달라는 러시아의 합리적이고 정당한 요구를 무시하면서 유럽 안보 환경을 체계적으로 훼손해 왔다”며 “위기의 근본 원인은 전적으로 다른 나라들을 향한 고압적이고 독단적 태도에 심취한 미국과 서방의 패권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동진과 공격무기 체계 배치 등 언급하며 러시아가 내세운 주장도 되풀이했다.

김 대사는 “과거 미국과 서방이 국제 평화와 안보를 구실로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리비아의 주권과 영토를 어떻게 침해해 왔는지 분명히 기억한다”며 “미국과 서방이 주권과 영토보전의 존중을 언급하는 건 터무니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 대사는 “미국이 개입하는 모든 지역과 국가에서 불화의 씨앗이 뿌려지고 국가 간 관계가 악화하는 것이 현재의 국제 질서”라며 “주권국의 평화와 안보를 위협하는 미국의 일방적이고 표리부동한 정책이 남아있는 한 세계 평화는 정착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러시아를 규탄하고 철군을 요구하는 유엔총회 결의안에 북한은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선언했다.

반면 조현 유엔 주재 한국대사는 발언자로 나와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무력 침공을 강하게 규탄한다”고 말했다.

조 대사는 “유엔 초창기에 한국은 유엔이 ‘평화를 위한 단결’ 결의에 따라 침공 행위에 대응해 지원한 첫 번째 나라였다”며 “우리나라는 유엔이 그 당시 무고한 시민들의 울부짖음에 즉각 일어서준 덕분에 오늘날에도 여전히 존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것은 우리가 유엔 헌장의 원칙을 수호하기 위해 한목소리로 단합할 때 유엔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분명히 보여준 사례이자 증언”이라며 “우리 대표부가 우크라이나 상황을 먼 나라의 비극으로 보지 않는 이유이자, 우리가 우크라이나인들을 향해 연대를 표시하는 이유, 또 유엔 체계에서 여전히 희망을 품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조 대사는 “이번 전쟁은 러시아의 선택”이라며 “회원국의 주권, 독립, 영토보전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어떠한 행동도 규탄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긴급특별총회는 러시아의 침공을 규탄하고 즉각 철군을 촉구하는 안보리 결의안이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무산된 뒤 서방 국가들의 요청에 따라 열렸다. 110여 개국이 발언을 신청했고, 대부분이 러시아를 규탄하는 목소리를 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