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우크라 침공’ 속 대만에 대표단…中 “견제 헛수고”

입력 2022-03-02 06:56 수정 2022-03-02 10:12
마이크 뮬런 전 미국 합참의장(왼쪽)이 1일 대만에 도착해 우자오셰(吳釗燮) 대만 외교부장의 영접을 받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전직 고위 관료로 구성된 대표단을 대만에 파견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가운데 ‘하나의 중국’을 천명한 중국이 대만에 군사 위협을 고조할 가능성을 사전 차단하려는 일종의 ‘견제구’라는 해석이 나온다.

1일 AP통신에 따르면 마이크 뮬런 전 합참의장(단장), 메건 오설리번 전 국가안보부보좌관, 미셸 플러노이 전 국방부 차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 보좌관 출신인 마이클 그린과 에번 메데이로스 등 5명의 대표단이 이날 대만에 도착했다.

이들은 타이베이 쑹산(松山) 공항에서 우자오셰(吳釗燮) 대만 외교부장의 영접을 받았다. 우 부장은 미국 대표단 인사들과 팔꿈치로 인사를 나눴다고 AP는 전했다.

대만 총통부는 “이번 방문은 다양한 분야에서 대만과 미국 간 협력 현안에 대한 심도있는 의견 교환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논평했다.

미국 대표단은 2일 저녁까지 머물면서 대만의 차이잉원 총통과 추궈정 국방장관을 비롯한 고위 관계자들을 만날 예정이다.

미 정부 대표단의 이번 대만 방문은 전 세계의 이목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주목된 가운데 나온 것이다. 이는 러시아에 대한 미국의 대응을 주시하고 있는 중국에 보내는 경고 신호로 풀이된다.

미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이들 대표단의 방문을 가리켜 “대만에 대한 미국의 초당적 공약에 대한 중요한 신호이며 대만에 대한 바이든 정부의 폭넓은 약속이 여전히 굳건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평화적 수단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대만의 미래를 결정하려는 모든 노력을 서태평양 평화·안보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할 것”이라며 “미국은 대만 국민의 안보 또는 사회적·경제적 시스템을 위태롭게 하는 무력이나 기타 형태의 강압에 저항할 수 있는 능력을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대만 방문과 우크라이나 사태를 직접 연결 지어 말하진 않았다. 다만 전쟁으로 치달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갈등 국면이 중국의 대만에 대한 군사 위협과 닮은꼴인 만큼 우크라이나 사태를 염두에 둔 조치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로이터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중국이 대만을 공격할 경우 방어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적 모호성 정책 논쟁을 촉발했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그간 중국이 대만을 공격할 경우 군사 개입 여부에 대해 명시적 입장을 밝히지 않는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왔다. 다만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중국이 대만을 공격할 경우 방어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적이 있다.

중국은 미국 대표단의 대만 방문을 두고 “모두 헛수고”라고 비난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일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 대만 방문단에 대한 논평을 요구받자 “국가주권 수호와 영토 보전에 대한 중국 인민의 결심과 의지는 확고부동하다”며 “미국이 그 누구를 파견해 대만을 지지하든 모두 헛수고”라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에 ‘하나의 중국’ 원칙을 엄수하라며 대만과 왕래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