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16세부터 60세까지 남자들은 전부 출국 금지한 우크라이나 사태를 보고 우리 국민이 불안해한다”고 발언해 또다시 ‘외교 결례’ 논란에 휩싸였다. 정작 우크라이나에선 러시아 침공 이후 13만여명이 조국을 지키려 자원입대한 것으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는 1일 확대선거대책본부 회의에서 이 후보가 전날 포항 유세에서 우크라이나 정부의 16∼60세 남성 출국금지 조치에 대해 ‘우리 국민이 불안해 한다’고 주장한 것을 언급하며 이 후보의 외교·안보 인식을 맹공했다.
당시 이 후보는 “한반도에 군사적 갈등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국가 지도자는 상대의 위협을 최소화하고 대응력을 최대화하는 게 의무인데, 상대 위협을 자꾸 자극하면 되겠나”라면서 “지금 우리 국민 불안하시다. 16세부터 60세까지 남자들은 전부 출국 금지한 우크라 사태 보고 정말 불안할 것이다. 전쟁은 어떤 경우에도 허용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보는 어떤 경우에도 특정 정치 세력의 사적 이익을 위해 오용되거나 왜곡되거나 이용돼선 안 된다”고도 했는데, 이는 ‘선제타격론’ 등 윤석열 후보의 강경한 외교안보 기조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됐다.
이에 김 원내대표는 “야당을 호전 세력으로 매도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는데 터무니없는 것일뿐더러 외교적 결례”라며 “다른 나라의 비극은 전혀 안중에 없는 소름 끼치는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 후보의 망언과 달리 우크라이나 국민은 해외에서 자진 귀국하고 13만여명이 자진 입대하는 등 결사항전 의지로 러시아에 대응하고 있다. 죽음까지 불사하는 결연한 모습은 전 세계인에 깊은 울림을 주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원희룡 선거대책본부 정책본부장은 “3·1절 맞아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는 우크라이나에 연대의 마음 표한다”면서 “그럼에도 대한민국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선 사람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를 자극해 전쟁이 일어났다는 국제적 수치의 발언을 했다. 이 발언은 필연이다. 이 후보의 혈관 속에는 가해자의 인성이 흐르기 때문”이라고 원색 비난했다.
유세 현장에서도 비판은 이어졌다. 유승민 전 의원은 찬조연설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어른,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민간인을 학살하고 있다”면서 “전 세계 온 나라 국민이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책임을 말한) 이재명 후보에 대해 분개하고 있다. 이런 후보 뽑으면 대한민국 망신”이라고 직격했다.
홍준표 의원은 우크라이나 사태를 고리로 윤 후보의 선제타격론을 엄호했다. 홍 의원은 “윤 후보가 말하는 것은 ‘자위적 선제타격’이다. 전쟁을 원해서 하는 게 아니고 핵미사일 발사가 임박할 때 먼저 때리는 것이다. 어느 나라나 할 수 있는 합법적 권리다. 그런데 민주당에서 전부 들고일어나서 전쟁광이라고 몰아세웠다”고 지적했다.
앞서 이 후보는 최근 TV토론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우크라이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의 리더십 탓으로 돌리는 발언을 했다가 거센 비난을 받자 “오해”라고 해명한 바 있다. 이 후보의 해당 발언은 영미권 최대 인터넷 커뮤니티 중 하나인 ‘레딧’에도 공유되며 국제적인 논란거리가 됐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