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연설에 움직인 EU대사들…“우크라 가입 평가”

입력 2022-03-02 05:44 수정 2022-03-02 09:59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의회에서 영상 연설을 하자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가운데) 유럽연합집행위원장을 비롯한 유럽 각국 외교관들이 기립박수를 치고 있다. AP연합뉴스

유럽연합(EU) 회원국 대사들이 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의 EU 가입 가능성에 대한 초기 평가를 촉구하는 데 합의했다.

이날 블룸버그통신은 익명의 관리들 말을 인용해 EU 회원국 대사들이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에 평가를 요청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들은 EU 회원국 정상들이 오는 10∼11일 프랑스에서 열리는 비공식 회의에서 우크라이나의 EU 가입 가능성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EU 회원국 대사들의 요청이 수용되면, 집행위는 우크라이나가 가입 절차를 시작할 준비가 됐는지, 또 어느 시점에 집행위가 회원국들에 의견을 제시할지를 결정하게 된다. 이후 EU 회원국은 집행위의 결정에 대해 평가하게 된다.

또 다른 익명의 관리는 블룸버그에 우크라이나의 현 상황 때문에 EU가 관련 절차의 속도를 높이는 데 합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EU가 빨리 우크라이나의 가입을 승인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다른 관리는 가입 절차를 감독하는 EU 정상회의가 집행위에 긴급히 의견을 낼 것을 요청할 수 있다면서 보통은 15∼18개월이 소요된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지지 시위. 로이터 연합뉴스

이번 움직임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자국의 EU 가입을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그는 우크라이나의 EU 가입 신청서에 공식 서명하고, 이날 벨기에 브뤼셀 유럽의회에서 영상 연설을 통해 우크라이나의 EU 가입을 강력하게 호소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연설에서 “우리는 또한 동등한 유럽의 구성원이 되기 위해 싸우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우리의 절박함을 모두에게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우리는 우리의 힘을 증명했고, 최소한 EU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증명했다. 이제 EU가 우리와 함께한다는 걸 증명해 달라”고 촉구했다.

특히 “우리는 우리의 땅과 자유를 위해 싸우고 있고, 우리 아이들이 살아 있는 것을 보고 싶다”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호소에 그의 말을 통역하던 통역사가 목이 멘 듯 말을 잇지 못했다.

젤렌스키의 호소에 EU 주재 각국 외교관들도 기립 박수를 보냈다. 이날 의회에 참석한 루이지 디 마이오 이탈리아 외무장관은 “우크라이나인들이 러시아의 폭탄에 맞아 목숨을 잃고 있다”며 “우크라이나의 EU 가입 요청은 정당하며 우리는 그들의 편에 서야 한다”고 지지했다.

그러나 통상 EU 가입 절차는 수년이 걸리는 데다가 가입 협상을 개시하는 데에만 27개 회원국 전체의 만장일치 승인이 필요해 실현 가능성은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이날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의장은 유럽의회에 EU는 우크라이나의 공식 가입 요청을 진지하게 살펴봐야 할 것이라면서도 “그것은 어려울 것이다. 우리는 유럽 내에 (회원국 추가 확대에 대해) 이견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