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국방부 “우크라, 민간인을 ‘인간 방패’ 삼아”

입력 2022-03-01 21:20 수정 2022-03-01 21:32
우크라이나 제2도시 하리코프의 한 학교 앞에 28일(현지시간) 포격을 받아 불탄 우크라이나군 병력수송장갑차(APC)가 멈춰서 있다. 연합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부 장관이 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가 민간인을 ‘인간방패’로 삼고 있다며 목표 달성 시까지 러시아군의 공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쇼이구 장관은 이날 방송된 기자회견 영상에서 “러시아군은 설정된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우크라이나에서) 특별 군사작전을 계속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공격의 명분이 우크라이나의 탈(脫)나치화라는 점을 강조했다. 쇼이구 장관은 “군 최고 통수권자의 결정에 따라 2월 24일부터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친러 분리주의 반군지역) 돈바스의 주민을 보호하고 우크라이나를 탈군사·탈나치화하기 위한 특별 군사작전을 수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에게 중요한 건 우리나라와의 싸움에 우크라이나인들을 동원하려 시도하는 서방이 만들어낸 군사적 위협에 맞서 러시아 연방을 지키는 것”이라면서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영토를 점령하지 않으며 민간인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모든 조처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군이 목표물을 타격하는 장면을 포착한 동영상 캡처. 러시아 국방부 제공

쇼이구 장관은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민간인을 앞세우고 있다고 지작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군이) 다연장 로켓 발사기와 총기, 대구경 박격포 등을 주거용 건물 마당이나 학교·유치원 근처에 배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정부와 서방 외신은 쇼이구 장관의 주장과 달리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주요 거점 도시의 민간인 지역에도 거리낌 없이 포격을 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전날에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제2 도시인 하리코프 중심가에 다연장 로켓으로 보이는 무기로 무차별 폭격을 가해 민간인 다수가 죽고 다치는 모습이 영상에 그대로 포착됐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키예프가 3차례 미사일 공격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붕괴시키기 위해 꾸준히 수도를 공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광장을 대상으로 한 러시아의 포격을 ‘노골적인 테러 행위’ ‘전쟁범죄’로 규정하며 ”누구도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누구도 잊지 않을 것이다. 러시아가 저지르는 국가적 테러행위”라고 거듭 비판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전황이 예상대로 전개되지 않자 조급함을 느낀 푸틴 대통령이 보복성 공격을 가한 것으로 보고 있다. 민간인 피해를 고려한 기존 전술을 포기하고 공격 수위를 높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러시아는 민간인 지역을 공격해 사상자가 속출하고 있다는 보도가 ‘가짜뉴스’라고 밝혔다. 바실리 네벤쟈 주유엔 러시아 대사는 이날 “민간인 (사상) 수백명 등 많은 보도가 나왔으나, 가짜뉴스가 많고 그런 뉴스를 생산해내는 가짜뉴스 공장도 많다”며 “민간인 인명피해와 관련해선 믿을 수 있는 보도가 없다”고 말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