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연 사라진 방역패스, 헌법소원도 각하 수순?

입력 2022-03-01 20:35
정부가 1일부터 11종 다중이용시설 전체에 대한 방역패스 적용을 중단하기로 결정한 28일 서울의 한 음식점 입구에 24시간 영업을 알리는 대표의 글귀가 써져 있다. 연합뉴스

방역패스 시행이 중단되면서 헌법재판소에 다수 접수된 ‘방역패스 헌법소원’의 향방에도 관심이 쏠린다. 청구인 측은 상황에 따라 방역패스가 재개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이 제도에 대한 헌법적 판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법조계에서는 앞선 행정법원의 방역패스 집행정지 결정을 근거로 헌재가 사안에 대한 구체적 판단을 내리지 않고 각하 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청소년 방역패스 헌법소원을 대리하는 유승수 변호사는 1일 “방역패스 자체는 중단됐지만 이 행위에 대한 위헌 여부는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일반적인 소송이었다면 소송의 목적이 사라진 상황이라 각하 결론이 나올 공산이 크지만, 헌법재판에서는 권리보호의 이익이 있다고 보고 위헌성 여부에 대한 판단이 나올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런 전망은 방역패스 재시행 가능성을 전제로 한 것이다. 정부는 이날부터 다중이용시설 방역패스를 중단하면서 향후 상황에 따라 정책이 조정될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4월 1일 시행 예정이었다가 취소된 청소년 방역패스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유 변호사는 “방역패스가 또 다시 재현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 헌법소원은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조계에선 각하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정부의 방역패스 중단 결정 이전에 있었던 행정소송에서 여러 차례 방역패스 효력 정지 결정이 나왔다는 게 그 이유다. 법원에서 시민들의 신청을 각하하지 않았다는 건 방역패스가 행정소송의 대상이 된다는 뜻인데, 이는 곧 헌법소원 이전에 구제 절차가 존재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소원 청구에는 다른 구제절차가 있으면 그것을 먼저 거쳐야 한다는 보충성 요건이 있다”며 “행정법원의 집행정지 신청 인용 사례를 보면 방역패스 관련 사안은 법원을 통해서도 구제 받을 수 있어 헌법소원의 보충적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결론이 나올 수 있다”고 했다. 권리보호의 이익 유무는 이 같은 기본적 요건이 모두 갖춰진 이후 따져봐야 한다는 얘기다.

헌법소원 자체도 의견서 공방이 활발했던 지난해 말과 달리 조용히 진행되는 분위기다. 청소년 방역패스 헌법소원의 경우 지난해 11월 말 심판회부통지가 이뤄진 뒤 헌재가 양측에 석명 명령을 내리고 대한의사협회에 사실조회를 하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이 보였다. 이에 비해 올해 들어서는 청구인들의 탄원서만 접수되고 있다. 청구인 측은 “헌재에서 정부와 우리에게 요구하는 자료가 많았는데 행정법원 결정이 나온 뒤로는 진행이 잘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