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단체연합(여성연합)이 지난 28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성인지 예산제도 관련 발언을 “악의적 왜곡”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정치권에서도 가짜뉴스에 가까운 허위 정보로 젠더 갈등을 부추기는 윤 후보의 행태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윤 후보는 지난 27일 경북 포항 유세에서 “이 정부가 ‘성인지 감수성 예산’이라는 것을 30조 썼다고 알려져 있다”며 “그 돈이면 그중 일부만 떼어내도 우리가 이북의 저런 말도 안 되는 핵 위협을 안전하게 중층적으로 막아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여성연합은 성명을 통해 “성인지 예산서 대상 사업에는 보편적인 주거, 복지, 산업 등의 예산사업들로 교육부 국토부 국방부 등 각 정부 부처의 사업이 포함된다”며 “내용과 본질은 삭제하고 예산 총액만 제시하며 성인지 (감수성) 예산이라고 칭하고 다른 데 쓸 수 있다는 주장은 억지를 넘어 악의적 왜곡으로 읽힌다”고 비판했다.
이어 “성인지 예산에 대한 오해와 논란은 일부 여혐 커뮤니티에서 자주 거론돼 문제로 제기했던 내용”이라며 “성인지 예산제도에 대한 악의적 오해를 바로잡고, 허위사실 유포를 당장 멈추라”고 말했다. 윤 후보의 성인지 예산 관련 발언은 가짜뉴스에서 비롯된 허위 주장이라는 비판이다.
실제로 윤 후보가 ‘성인지 감수성 예산’이라고 부른 것은 ‘성인지 예산’의 부정확한 표현으로 보인다. 성인지 예산은 여성에게 쓰기 위해 별도로 편성 집행하는 예산이 아니다. 국가의 주요 사업 예산 중 성평등 취지에 맞게 추진할 사업을 골라 성인지적 관점에서 분석하고 평가하는 예산을 의미한다.
그동안 성인지 예산이라는 명칭이 성평등 관련 사업에 사용하는 예산으로 오해받으면서 여가부와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선 ‘성인지 예산서’의 개념을 ‘성인지 예산 분석서’로 명확하게 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돼왔다.
성인지 예산서를 통해 여성과 남성이 동등한 정도로 수혜받았는지 평가해 다음 연도 예산 편성에 반영한다. 즉 별도로 편성된 예산이 아니라 해당 사업의 성평등 목표와 기대효과, 성과목표 등 성평등 측면에서의 효과를 분석할 때 표본으로 삼는 것이다.
실제 2021년 성인지 예산 35조원 중 가장 액수가 많은 것은 보건복지부가 집행하는 예산 11조 4000억여원이었다. 이어 중소벤처기업부(9조4000억원)·고용노동부(6조6000억원)·국토교통부(4조6000억원) 순으로 많았다. 여가부의 성인지 예산은 8800억여원에 그쳤다.
정치권 등에서도 이런 현실에서 동떨어진 주장을 내놓은 윤 후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는 페이스북에서 윤 후보의 이번 발언을 여성가족부 폐지, 성폭력 무고죄 강화에 이어 여성을 공격하는 또 하나의 망언으로 규정했다. 심 후보는 “정부 예산에 대한 기초적 이해도 없이 일부 커뮤니티에서나 돌아다니는 잘못된 사실 관계와 논리를 여과없이 차용해 반여성 캠페인에 몰두하는 후보가 제대로 국정을 운영할 수 있을지 심히 우려스럽다”며 “윤 후보는 잘못된 사실을 정정하고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합부 교수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성인지 예산 문제는 한 때 페미니즘·여가부 공격 레파토리로 유행했지만, 너무 말이 안돼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날조는 자제하자’는 분위기인데 그걸 무려 대선 후보가? 뭐가 뭔지 몰랐어도 문제, 알면서도 선거에 이용했다면 당연히 문제”라고 꼬집었다.
황서량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