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문단체 윤석열 돕고…홍준표 캠프인사는 이재명 지지

입력 2022-03-01 18:43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서문 앞에서 열린 '보수와 진보 진영통합 윤석열 후보 지지선언'에 참석해 이민구 깨어있는시민연대당 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친문재인계 단체가 1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국민의힘 당내 경선에서 홍준표 의원을 도왔던 일부 인사들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찍겠다는 뜻을 밝혔다. 양강 후보 모두 자질 논란에 휘말린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 되면서 선거 막바지 진영 내부의 지지층 이탈이 일어나고 있다.

대표 친문 단체, 尹 지지 선언

윤 후보는 1일 서초동 중앙지검 앞에서 열린 ‘깨어있는 시민연대’(깨시연)의 ‘보수와 진보 진영통합 윤 후보 지지선언’에 참석했다.

깨시연은 대표적인 친문 성향 단체로 분류된다. 윤 후보가 검찰총장 재임 시절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수사를 지휘할 당시 서초동에서 ‘조국 수호’ 집회를 주도했던 단체다. 조 전 장관 수사를 기점으로 문재인정부와 대립하던 윤 후보에게 날을 세워오다 윤 후보가 대선에 출마하자 그의 편으로 돌아선 것이다.

이날 집회에는 민주당 상징색인 파란색 풍선과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 풍선이 함께 등장했다. 참석자들은 ‘문파니까 2번’ ‘2번에는 토리아빠’ ‘유권자가 주인’이라는 문구가 쓰인 피켓을 들고 윤 후보에 대한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윤 후보 배우자인 김건희씨의 팬클럽 ‘건사랑’이 적힌 피켓을 들고나온 회원도 있었다.

깨시연은 집회에 앞서 트위터를 통해 윤 후보와 이민구 깨시연 대표가 함께 찍은 사진을 게시한 뒤 ‘여리 서초에 옵니다’면서 윤 후보의 집회 참석을 예고했다. 이 단체는 문재인 대통령을 ‘이니’라는 애칭으로 부르며 친근감을 표현했는데, 같은 방식으로 윤 후보를 지칭한 것이다.

환호 속에 등장한 윤 후보는 “서로 오해도 있었지만, 결국 우리가 부정부패 없고 깨끗한 나라를 만들자고 하는 데 대해 서로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분의 지지로 제가 정부를 맡게 되더라도 늘 시민의 깨어있는 의식으로 저와 저희 정부, 우리 당을 비판하고 견제해주시고 국민이 나라의 주인임을 늘 일깨워주시길 부탁드린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이에 이 대표는 “저희 문파는 윤 후보에게 ‘서초의 빚’이 있다. 저희가 빚을 갚겠다”며 “좌우 빨간색과 파란색이 어우러져 이번에는 ‘토리아빠’다. 2번이다. 서초의 빚을 두고두고 갚겠다”고 화답했다.

홍준표 캠프에선 李로 갔다

1일 오후 3시 서울시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홍준표 캠프 출신 인사들과 서포터즈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후보 지지선언을 하고 있다. 민주당 선대위 제공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도 이탈 현상이 나타났다. 홍준표 캠프 출신 일부 인사들이 이 후보 쪽으로 전향한 것이다. 국민의힘 경선 당시 홍준표 캠프에서 언론방송특보를 맡았던 표철수 전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 청년특보 김영재 씨, 홍준표 서포터즈 부산 대표 구상용씨 등이 이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이들은 이날 오후 당사 앞에서 “보수와 진보의 진영 논리는 아무 의미가 없다. 박정희의 추진력과 홍준표의 결기 있는 언행을 닮은 이 후보를 선택하고 지지한다”고 밝혔다.

김영재 전 청년특보는 “(국민의힘 경선 때) 신천지 세력에게 빼앗긴 우리의 자리를 되찾을 수 없게 됐다”며 “진영을 뛰어넘어 하나 된 대한민국을 만들 젊고, 유능하고, 위기에 강한 이재명 후보가 우리의 선택”이라고 밝혔다.

YTN 정치부장 등을 거쳐 방송위원회 사무총장, 경기도 정무부지사 등을 역임했던 표 전 위원장은 이 후보 선대위에서 언론혁신특보단장을 맡기로 했다.

민주당은 홍 의원 캠프 인사들의 합류에 “이 후보와 민주당이 계획하는 국민통합 구상에 대한 공감대가 넓어질 수 있을 것”이라며 환영 입장을 밝혔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