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주년을 맞은 3·1절에 태극기와 성조기를 손에 든 시민 3000여명이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일대에 몰려들었다. 이들은 전광훈씨가 대표로 있는 국민혁명당의 3·1절 기도회에 참가하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상경했다. 선거 유세를 빌린 ‘꼼수 집회’인 탓에 인원 통제는 이뤄지지 않았다. 오미크론 변이 확산에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길거리를 활보하는 참가자도 많았다.
국민혁명당은 1일 오후 12시부터 광화문 일대에서 ‘1000만 국민대회 및 기도회’를 열었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집회가 시작한 지 1시간 만에 3000명 이상이 운집했다.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상 종교 행사는 최대 299명까지 허용되지만 경찰의 인원 통제는 없었다. 선거유세는 인원 제한이 없는 점을 노려 오는 9일 지역구 보궐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이 유세한 후 기도회를 이어갔기 때문이다. 선거유세 형식을 빌렸지만 정작 출마자들의 발언은 30여분에 그쳤다. 이후에는 전씨가 연단에 올라 현 정부를 비판하는 등 정치적인 발언을 이어갔다.
이날 참가자가 몰리면서 청계광장 안에 인원을 전부 수용할 수 없게 되자 주최 측은 서울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5번과 6번 출구 앞에도 대형 스크린을 설치하는 등 집회 범위를 넓혔다. 이 과정에서 크고 작은 마찰이 잇따랐다. 성인 남성 키보다 큰 깃발을 마구잡이로 흔드는 참가자에게 경찰이 “깃발을 접으세요. 시민들이 다칩니다”라고 외치기도 했다.
방역 수칙을 위반하는 참가자들 탓에 눈살을 찌푸리는 시민도 많았다.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참가자들이 시위대와 시민들 사이를 활보하며 구호를 외쳤지만 인파에 뒤섞인 탓에 별도의 경찰 제지는 이뤄지지 못했다. 일부 참가자는 땅바닥에 둘러앉아 준비한 도시락을 펼쳐 놓고 함께 나눠 먹기도 했다. 현장에 경찰 병력은 1500여명이 동원됐다. 다만 집회 자체를 통제할 수 없어 시민들의 통행을 돕고 참가자 간 질서를 유지하는 데 그쳤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