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비대면 진료의 구멍…“하루 두번 전화는 죽음 막지 못했다”

입력 2022-03-01 18:26 수정 2022-03-01 20:40

서울 은평구에서 재택치료 중 사망한 60대 코로나19 확진자는 동시에 여러 개의 기저질환을 앓던 중증 고위험군이어서 먹는 치료제 처방 대상에서 제외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감기약을 먹으며 버티던 그는 입원을 요청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자택에서 별 다른 조치 없이 숨졌다.

1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은평구 한 주택에서 지난달 27일 숨진 채 발견된 A씨(62)는 고지혈증·당뇨·고혈압·심혈관질환 등을 앓고 있었다. 숨진 채 발견되기 5일 전 확진된 그는 60세 이상이면서 기저질환자였기에 ‘집중관리군’으로 분류됐다. 하지만 지역 내 감염자가 쏟아지면서 확진 뒤 사흘이 지난 24일에야 관내 한 병원으로부터 하루 2번의 모니터링을 받기 시작했다.

A씨는 의료진과의 통화에서 인후통을 호소했고 이틀 뒤인 26일 감기약을 배송받았다. 그는 코로나19 먹는 치료제인 팍스로비드 처방 대상이긴 했지만 평소 고지혈증 약 등을 복용했던 탓에 처방받지 못했다. 부작용 우려로 약물 병용이 금지됐기 때문이다. 별다른 치료제를 쓸 수 없는 집중관리군이었지만, 하루 2번 모니터링 전화 외엔 별다른 관리가 없었다.

A씨가 입원이나 병원 진료를 요청한 기록은 없다. 하지만 요청했더라도 입원 자체가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 지침상 기저질환자도 호흡곤란, 흉부 통증, 3일 이상 지속된 38도 이상의 고열 등 특이증상이 있을 때만 입원을 요청할 수 있다. 그마저도 심사를 거쳐야 한다. A씨는 초기 비교적 증상이 가벼웠던 것으로 보고됐다.

사망 당일에는 모니터링 전화 연락도 닿지 않았다. 집중관리군과 연락이 끊기면 병원은 관할 구청이나 보건소 내 재택치료팀으로 실시간 정보를 공유해야 했지만, 이행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결국 그는 지인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급대원에 의해 숨진 모습으로 발견됐다.

방역 현장에선 A씨 사례와 같이 비대면 모니터링의 허점이 사망자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정부는 우선 순위에 따른 검사 역량 집중, 재택 치료 확대 등의 방식으로 한정된 의료자원을 고위험군 관리에 집중하겠다고 강조하지만 빈틈은 있다.

은평구청 관계자는 “통증을 과하게 느끼는 사람도 있고, 심각한 상황이지만 참고 넘어가는 사람도 있는데, 전화만으로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는 건 주관적인 데다 판단이 쉽지 않다”며 “비대면 진료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복합적인 기저질환을 앓고 있는 확진자가 배정될 때마다 조마조마하다는 게 재택치료 담당자들의 토로다. 이 관계자는 “기저질환이 다수 있는 사람이 재택치료자로 넘어온 순간부터 부담스럽고, 병원에서도 혹시 모를 상황에 불안해한다”며 “A씨처럼 홀로 살았던 60대 이상 기저질환자는 곧장 병원이나 생활치료센터로 보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은평구에서는 매일 300여명의 집중관리군이 추가로 배정되는 상황인데, 병원 인력을 100% 가동해도 모니터링에 한계가 있다고 한다. A씨의 모니터링을 맡았던 병원 측은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고 했다.

최재욱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현재의 비대면 진료는 엄연한 편법 치료 체계”라며 “의료진의 직접적 개입이 없는 ‘재택 방치’가 이어진다면 상태가 악화되는 환자가 계속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날 0시 기준 재택치료자는 79만2494명으로 이 중 11만4048명이 집중관리군으로 집계됐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