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의회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현역 의원들의 목소리가 나왔다. 의원들이 푸틴 대통령의 ‘꼭두각시’로서 충성심을 드러내 온 러시아 의회에서 매우 이례적인 모습이다.
1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상원 의원 뱌체슬라프 마르케프와 하원 격인 두마 의회의 미하일 마트베예프, 올로게 스몰린이 푸틴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이 같은 행보는 매우 보기 드문 사례다. 세 사람 모두 러시아 공산당 소속으로 명목상 집권 러시아 통합당에 반대하고 있지만, 주요 문제에 대해서는 푸틴에게 충성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가장 최근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힌 사람은 시베리아를 지역구로 둔 마르케프다. 그는 지난달 27일 페이스북에 2개의 분리주의 지역(도네츠크·루간스크)을 독립국으로 인정한다는 구실로 “가장 가까운 이웃과 전면전을 펼칠 계획을 숨겼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마르케프는 그들이 전면적인 침공 계획을 알지 못했고, 러시아 군대가 평화유지군으로 파견될 것이라는 정부 법령을 믿었다고 주장했다.
마트베예프와 스몰린은 최근 러시아 의회에서 통과된 도네츠크와 루간스크를 독립국가로 인정하는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졌으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스몰린의 경우 러시아 SNS인 브콘탁테를 통해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때 자신은 “충격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군사력은 정치에서 최후의 수단으로만 사용돼야 한다고 확신한다”며 “자신을 속이지 않고서는 도네츠크와 루간스크 인민공화국 승인에 투표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또 다른 두마 의원이자 공산당 부대표인 마트베예프 역시 SNS를 통해 전쟁은 즉시 중단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트위터와 텔레그램에 “나는 평화에 투표했지, 전쟁에 투표한 게 아니다”라면서 “러시아를 위해서라도 돈바스가 폭격당하지 않고, 키예프가 폭격당하지 않게 (러시아가) 방패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후 마트베예프는 해당 메시지를 삭제했다. 그는 마음이 바뀌어서가 아니라 위협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는 나의 조국”이라며 그곳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에 대해 가슴이 아프다는 심정을 덧붙였다.
푸틴의 독재가 심각한 러시아 연방 하원 두마에서 지난 몇 년 동안 의원들이 이 같은 비판적 발언을 하는 것은 보기 드문 일이었다. 하지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러시아 내 앵커, 스포츠 스타, 억만장자 등 수십 명의 유명 인사는 물론 의원들까지 푸틴을 공개 비판하고 전쟁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주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