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러 제재 무력화하면 중국도 제재”…‘제재 구멍’ 中에 경고

입력 2022-03-01 17:36 수정 2022-03-01 17:43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나흘 째인 지난 27일(현지시간) 시가전이 벌어진 제2의 도시 하리코프 거리에서 러시아군 병력수송용 장갑차 한 대가 불길에 휩싸여 있다. AP연합뉴스

미국이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제재를 무력화하는 나라가 있다면 해당 국가도 함께 제재할 것으로 알려졌다. “제재를 통한 문제 해결에 반대한다”며 국제사회의 러시아 압박에 동참하지 않고 있는 중국을 향한 경고다.

28일(현지시간)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국무부 관리는 “만약 중국이나 다른 나라가 대러 제재에 해당하는 활동에 연루될 경우 그들 또한 제재 대상에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두둔하는 태도를 보여온 중국이 대러 제재를 우회하는지 지켜보겠다는 의미다. 앞서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서방은 러시아 일부 은행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결제망에서 제외하는 초강력 제재를 발표했다. 미 달러 중심의 세계 최대 금융 전산망인 스위프트 결제망에서 퇴출되면 원유와 곡물 등 러시아가 주요 수출품을 거래하는 데 심각한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미국과 EU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 등 러시아 지도층이 세계 각국에 보유한 자산을 동결하는 조치도 단행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제재는 그 자체로 목적이 아니다”며 “우리가 달성하고자 하는 목적은 러시아가 아무 이유 없이 이웃 국가에 가한 잔인한 전쟁을 끝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중국이 러시아와 공조해 제재 효과를 반감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러시아가 자국 은행간 거래에만 사용했던 금융결제망(SPFS)을 중국의 위안화 국제결제시스템(CIPS)과 연계하는 식으로 대안을 모색한다면 러시아 금융기관이 받는 타격은 줄어들게 된다. 러시아는 2014년 크림반도 병합으로 서방의 제재를 받자 독자 결제망인 SPFS을 구축했다. 중국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는 서방이 스위프트 퇴출 카드를 뽑아들었지만 러시아가 두려워하지 않는 이유가 있다고 분석했다. 독자 결제망 구축을 비롯해 러시아 외환보유액에서 달러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16%로 크게 낮아졌고 대외 무역에서 루블화 결제 비율이 높아졌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다만 중국도 대놓고 러시아 편을 들기엔 부담이 작지 않다. WSJ은 미국이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중·러 연대를 약화시키려는 목적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이 국제사회 여론 등을 의식해 러시아와 거리를 두면 자연스럽게 양국 협력이 줄어들고 상호 신뢰도 깨질 수 있다는 것이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