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떠나는 완성차 업체들… 자동차 가격폭등 전망도

입력 2022-03-01 16:55 수정 2022-03-01 17:05
스웨덴 예테보리에 있는 볼보 공장 사진. 뉴욕타임스 홈페이지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러시아에서 신차 생산을 멈추고 러시아로의 수출도 중단하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국제사회 제재, 공급망 단절, 현지 안전문제 등이 이유다. 시장에서는 러시아 자동차 가격이 급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볼보는 러시아에서 차량 생산·판매를 멈추기로 결정했다. 해외에서 생산한 차량의 러시아 수출도 무기한 연기했다. 볼보는 보도자료를 통해 “우크라이나의 위기와 국제사회의 러시아 제재로 이같이 결정했다. (생산과 수출을 재개하려면) 안전문제가 더 명확해져야 한다”고 밝혔다. 볼보의 전체 판매량 가운데 러시아 비중은 3%가량이다.

또한 재규어 랜드로버와 아우디는 러시아로 수출하는 신차의 선적을 중단키로 했다. BMW·메르세데스 벤츠·시트로앵 등도 여기에 동참할 예정이다. 프랑스 르노는 러시아 모스크바 인근의 생산공장을 폐쇄했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도 러시아 판매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러시아 일간지 코메르산트는 러시아에 진출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딜러에게 신차 배송을 중단한다는 내용의 안내문을 발송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의 자동차 마케팅 전문가인 올레그 모이세예프는 “러시아 자동차 시장에는 58개 완성차 업체가 진출해 있다. 매출 규모가 작은 업체부터 차례로 시장을 떠나게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코메르산트는 “러시아 자동차 가격이 급등할 것”이라는 분석도 내놨다. 현지 자동차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딜러가 재고 차량의 판매 가격을 수정하고 있다. 이미 여러 지역에서 판매가 제한되고 있는 만큼 최소 20% 이상 인상될 것”이라고 전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공급망 구멍’이 발생해 차량 생산을 멈추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폭스바겐은 우크라이나에서 공급 받던 와이어링 하네스(자동차 배선 뭉치) 확보에 차질을 빚게 되자 독일 츠비카우와 드레스덴의 공장을 일시 폐쇄키로 했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의 자동차 애널리스트 스테파니 브린리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발생하는 천연가스, 네온가스, 팔라듐 등의 공급 차질이 자동차 산업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 가늠하기 힘든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러시아를 유럽시장 공략의 거점으로 삼고 있는 현대자동차그룹은 이번 사태에 따른 대응 방침을 아직 마련하지 않은 상태다. 일부 언론에서 ‘현대차가 이달 1~5일 러시아 공장 운영을 중단한다’는 보도가 있었지만, 현대차는 “우크라이나 사태와는 상관없이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에 따른 것”이라면서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서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