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태권도연맹(WT)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명예 단증을 철회했다. WT는 올림픽 28개 정식종목 중 하나이자 한국 유일의 종주국 종목인 태권도를 주관하는 단체다.
WT는 1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푸틴 대통령의 명예 단증을 철회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방침을 존중해 러시아와 벨라루스에서 WT 주최 대회 개최 승인을 불허한다”며 “전쟁이 빠르게 끝나 우크라이나 국민이 평화를 되찾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영문 성명문은 지난 28일 발표됐다.
푸틴 대통령은 2013년 11월 방한 당시 조정원 WT 총재로부터 명예 9단 단증과 검은 띠를 받았다. 옛 소련 시절 정보기관 국가보안위원회(KGB) 출신인 푸틴 대통령은 유도, 삼보 같은 여러 격기에 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총재는 9년 전 푸틴 대통령에게 명예 단증을 수여하면서 러시아 태권도의 발전과 정부 차원의 지원을 당부했다. 그 이후 러시아 태권도는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도핑 스캔들’로 국가대표를 파견할 수 없는 러시아에서 국가올림픽위원회(ROC) 소속으로 지난해 7월 도쿄올림픽에 출전한 선수 2명이 금메달을 차지했다. 종주국 한국이 처음으로 금메달을 획득하지 못한 올림픽이다.
러시아는 지난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했고, 조 총재는 지난 주말 숙고 끝에 푸틴 대통령의 명예 단증 철회를 결정했다. WT는 “우크라이나에서 무고한 생명에게 가해진 공격은 연맹에서 승리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평화, 존중, 관용의 가치에 어긋난다. 이를 강력한 목소리로 규탄하기 위해 명예 단증 철회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WT는 러시아는 물론 우크라이나 침공에 협력한 벨라루스에 대해서도 제재를 가했다. WT 주최 대회 개최는 물론 러시아·벨라루스 차원의 국가대표 출전, 국기 게양과 국가 연주를 모두 경기장에서 불허했다. 양국 선수는 러시아태권도협회, 벨라루스태권도협회 소속으로만 국제대회에 출전할 수 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