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당국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비하기 위한 핵심 억제전력 영상을 공개했다. 국방부가 전력화됐거나 개발 진행 중인 핵심 무기체계를 일반에 공개한 건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북한이 ‘시험 발사’를 명목으로 무력 시위를 이어가면서 일각에서 불안 여론이 형성되자 잠재울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는 28일 6분 분량의 ‘특별 동영상’을 공개했다. 이 영상은 이날 오전 서욱 국방부 장관의 주재로 진행한 긴급 주요 지휘관 회의에서 상영됐다. 군 지휘부가 시청한 영상을 일반에 공개한 것은 군이 대북 억제력을 충분히 확보해 나가고 있음을 보여줘 과도한 안보 불안 심리를 잠재우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해당 영상에는 지난 23일 이뤄진 장거리 지대공미사일(L-SAM)과 장사정포 요격체계(LAMD) 시험발사 성공 장면이 담겼다. L-SAM은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 구현을 위한 핵심 요격미사일이다. 탄도미사일이 고도 50∼60㎞에서 비행할 때 요격하는 것을 목표로 개발 중이다.
L-SAM이 배치되면 미사일 종말 단계에서 상층부를 방어하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하층의 패트리엇(PAC-3) 미사일, 중거리 지대공미사일 철매-Ⅱ 등과 함께 다층적 복합 방어체계 구현이 가능할 것으로 군은 보고 있다.
LAMD는 여러 장소에 유도탄 발사대를 설치해 돔(둥근 지붕) 형태의 방공망으로 둘러싸 날아오는 장사정 포탄을 요격하는 개념이다. 한국판 ‘아이언돔’으로도 불린다.
항공통제기 E-737, 탄도탄조기경보레이더, 중거리 지대공 요격미사일인 천궁-II, 패트리엇(PAC-2, PAC-3) 미사일 등 기존 주요 방어체계도 소개됐다.
국방부는 초음속 순항미사일과 지대공 미사일(M-SAM II)의 전력화 사실도 처음으로 공식 확인했다. 군은 “고위력 탄도미사일 개발, 세계 7번째의 SLBM(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초음속 순항미사일 전력화, 장거리 공대지 유도탄 등 우리 군의 전략적 타격체계가 괄목할만하게 증강됐다”고 자평했다.
그러면서 타격체계의 효과적인 운용을 위해 글로벌호크(HUAV·고고도 무인정찰기), E-737 항공통제기 등 다양한 감시·정찰 수단을 전력화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L-SAM 시험발사 성공과 M-SAM II 전력화 등 미사일 방어체계의 토대를 구축한 것도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F-35A 스텔스 전투기를 비롯한 주요 공중전력의 비행 장면도 영상에 포함됐다. F-35A는 스텔스 기능으로 적지에 은밀히 침투해 핵과 미사일 시설, 전쟁 지휘 시설 등 핵심 표적에 치명적인 타격을 가할 수 있다. 방공망이 취약한 북한이 가장 위협적으로 느끼는 무기로 평가된다. 현재 40대가 현장에 배치돼 있다.
군은 “이러한 요격체계는 탐지체계(탄도탄조기경보레이더·항공통제기·이지스구축함), 지휘통제체계(탄도탄 작전통제소)와 함께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한 우리의 대응능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 장관은 이 자리에서 강력한 국방력을 유지하는 것이 평화를 지킬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재강조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우리의 안보에 시사하고 있는 의미를 되새겨야 한다”며 “북한이 올해 8차례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군사적 긴장을 조성하고 있다. 우리 군의 억제·대응능력을 지속해서 보강하고, 4차 산업혁명 기술 기반의 국방역량을 구축해 강한 국방으로 평화를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