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항의하는 여론이 기업을 움직이고 있다. 미국 미디어·콘텐츠의 큰손 월트디즈니가 러시아에서 영화 개봉을 중단했다.
월트디즈니는 28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정당한 이유가 없는 우크라이나 침공, 인도주의적 위기를 고려해 러시아에서 영화 개봉을 중단한다”며 “진전되는 상황에 근거해 미래 사업 결정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월트디즈니가 우크라이나 상황에 대응해 러시아에서 영화 개봉을 중단한 할리우드의 첫 메이저 사례”라고 설명했다.
월트디즈니는 만화 업계에서 두 세기 동안 쌓아온 지적재산을 보유한 대형 기업이다. 픽사, 마블, 20세기 스튜디오, 스타워즈 제작사인 루카스필름을 보유했다. 내셔널지오그래픽과 스포츠채널 ESPN도 디즈니 계열사다.
러시아는 할리우드 콘텐츠를 소비하는 주요 시장 중 하나다. 러시아의 지난해 박스오피스 성적은 세계 티켓 판매량의 2.8%인 6억 달러(약 7200억원)로 집계됐다. 이런 상황에서 월트디즈니를 움직인 건 우크라이나 침공에 항의하는 반전(反戰) 여론이다.
앞서 우크라이나 영화아카데미는 지난 주말 온라인 청원 사이트에서 러시아 영화계에 대한 국제적 보이콧을 호소했다. SNS에서 이 청원을 독려하는 움직임이 강하게 나타났고, 세계에서 가장 큰 영화 시장으로 꼽히는 할리우드의 참여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미국 영화업계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상황과 이에 따른 세계적인 시장 동향을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 할리우드의 한 관계자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동맹국이 러시아에 대한 차단을 시도하면 우리도 그곳에서 영화를 개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