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월 만에 ‘강제전역’ 변희수 지지 광고 걸렸다

입력 2022-03-01 13:48
28일 이태원역에 게시된 변희수 지지 광고. 연합뉴스

성전환 수술을 받고 돌아와 강제 전역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고(故) 변희수 하사를 지지하는 내용의 지하철역 광고가 세 번의 신청 끝에 게재됐다. 변 하사 지지 광고를 게시한 단체 측은 변 하사의 순직 처리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변희수 하사의 복직과 명예회복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서울교통공사가 지난 25일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1·4번 출구 방면 벽면에 변 하사 관련 광고판을 게시했다”고 28일 밝혔다. 광고판에는 ‘변희수의 꿈과 용기, 잊지 않겠습니다’는 문구와 변 하사의 사진을 담겼다. 게시 기간은 다음 달 24일까지 한 달간이다.

앞서 군인권센터 등 33개 단체가 참여한 공대위는 지난해 8월 9일 변 하사를 추모하면서 당시 진행 중이던 복직소송을 응원하는 광고를 게재하길 원한다며 서울 교통공사에 광고 심의를 요청했다.

하지만 공사 측은 지난해 9월 2일 외부위원들이 참여하는 광고심의위원회를 열어 찬성 3인·반대 5인으로 불승인을 결정했다. 당시 결정 이유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공대위는 재심의를 요구했고, 불승인 사유를 명시적으로 공개하지 않는 관행을 지적하며 서울시 시민감사옴부즈만위원회(옴부즈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불승인 결정이 ‘소수자 혐오·차별 행위’라는 취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도 넣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30일 재심의에서도 광고 게재가 불허됐다. 1·2차 심의 위원들은 “해당 사안에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광고 게재가 공사의 중립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불허 이유를 밝혔다.

고 변희수 전 하사가 2020년 1월 22일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육군의 전역 결정에 대한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인권위는 같은 해 10월 말 공사 측의 결정이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차별이자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행위라고 판단했고, 광고관리규정 개정을 권고했다. 옴부즈만위도 공사가 의견광고 게재를 심의하면 그 결과 사유를 신청인에게 통지하지 않는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대위는 지난달 17일 공사에 광고 심의를 재요청했다. 결국 공사는 심의를 열고 “심의 기준을 위반한 부분이 없고 공적 취지에 부합한다고 판단된다”며 찬성 8인·반대 1인으로 광고판 게재를 승인했다.

공대위 측은 “광고 게시가 늦게라도 이뤄진 점은 환영하나 7개월이라는 긴 시간 동안 국방부와 육군의 차별 조치로 세상을 떠난 고인을 추모하는 마음마저 합의의 대상으로 만든 서울교통공사의 반인권적 업무 처리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위법한 지위 박탈로 순직 인정해야”

공대위는 변 하사를 만기 전역 처리한 국방부와 육군을 비판하며 순직 인정을 요구하고 있다. 전날 발표한 1주기 입장문을 통해 “위법하게 군인의 지위를 박탈한 국방부와 육군은 여전히 고인과 유가족에게 사과 한마디 전하지 않는다”며 “순직 처리를 하지 않기 위해 경찰 수사 결과로 확정된 사망 시점을 부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변 하사가 법적으로 의무복무를 마쳤다면 만기전역하는 날이 지난해 2월28일이므로, 변 하사가 군인 신분으로 사망했고 이에 따라 순직이 인정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27일 고(故) 변희수 하사 추모식에 참석해 묵념을 하고 있다. 심 후보 페이스북 캡처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는 페이스북에 “변 하사 부고 직후 국방부에 즉각 전역 처분을 취소하고 고인의 명예를 회복할 것을 촉구했다. 다행히 사법부의 판결로 강제 전역 처분은 철회됐지만, 국방부는 아직도 사망 시점이 전역 이후라는 황당한 주장으로 순직을 인정하지 않으며 고인의 명예를 훼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비인간적인, 비인권적인 군이 과연 선진국의 군대라고 말할 수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문재인 대통령께 요청한다. ‘군인으로 죽고 싶다’던 변 하사의 소원을 꼭 받드는 대통령이 되어달라”고 촉구했다.

경기 북부 모 육군부대 소속이던 변 전 하사는 2019년 휴가 중 외국에서 성전환수술을 받고 돌아왔다. 그는 정상적인 복무를 희망했지만 군은 변 전 하사 신체에 변화가 있다고 판단해 의무조사를 시행했고, 심신장애 3급 판정을 내리고 지난해 1월 전역을 결정했다.

이에 불복한 변 전 하사는 지난해 2월 육군본부에 인사소청을 제기했으나 육군은 “전역 처분은 군인사법에 규정된 의무심사 기준과 전역 심사 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이뤄졌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변 전 하사는 이후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나 첫 변론 전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