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주 소송까지…탐방객 늘어난 제주 오름 관리 ‘비상’

입력 2022-03-01 13:39 수정 2022-03-01 15:14
제주시 한림읍에 위치한 금오름에 탐방객이 늘면서 분화구 주변 바닥 층이 드러나 있다. 출처-제주도청 민원 게시판.

제주 오름을 찾는 탐방객이 늘면서 제주도가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1일 제주도 등에 따르면 제주시 한경면에 위치한 당산봉의 토지주가 최근 제주도와 제주시를 상대로 토지인도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2019년 훼손된 오름 복구 등을 조건으로 2024년까지 토지 사용을 승낙했는데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자 오름을 이용하지 말라며 시설물 철거와 훼손된 임야의 원상회복, 피해 보상 등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당산봉은 트레킹 코스로 각광받는 수월봉 지질트레일 코스 중 하나로 차귀도와 고산 평야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비경이 입소문나며 연중 탐방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찾는 이들이 늘면서 산책로 주변엔 나무 뿌리가 드러나고 쓰레기가 여기저기 버려지는 등 훼손이 가속화됐다. 오름 소유주가 도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한 것은 처음으로 알려졌다.

탐방객이 늘면서 정비가 필요한 오름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모 가수의 뮤직비디오 촬영지로 유명세를 얻은 제주시 한림읍의 금오름은 탐방객 증가로 분화구 주변이 곳곳에 길을 낸 듯 바닥 층이 노출됐다.

다른 오름에선 찾아보기 어려운 금오름의 움푹한 분화구 주변은 식생 훼손 범위가 점점 넓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도청 민원 게시판에는 금오름을 비롯해 오름 훼손을 우려하며 정비를 요청하는 글이 연중 잇따르고 있다.

그동안 도는 훼손이 심한 오름에 대해 휴식년제를 도입하고 공공 근로자를 배치하는 등 보존 방안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오름 휴식년제를 도입한 2008년 이후 휴식년을 적용한 오름은 물찻오름과 도너리오름, 송악산 정상부, 용눈이오름 등 몇 곳에 국한되고 공공근로자를 배치한 오름도 이름난 주요 오름 일부에 그치고 있다.

오프로드 차량, 산악자전거 등 레저 활동으로 인한 훼손이 가속화하고 전체적인 탐방객 증가로 관리가 필요해진 오름은 점점 수가 늘고 있다.

여기에 주차장과 화장실 등 편의 시설 설치와 진드기 주의 등 안내 표지판 추가 개설을 요구하는 민원도 계속 발생하고 있다.

도 관계자는 “매해 주요 오름에 대해 시설물 교체 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예산과 인력의 제한이 있고 사유지는 토지주와 협의도 필요하다”며 “최근 환경자산 보전관리 계획 수립 용역이 마무리된 만큼 오름에 대해서도 새로운 방안이 추진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제주에 있는 368개 오름 중 국·공유지가 164개, 개인이나 법인이 소유한 사유지가 204개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