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일 임기 마지막 3·1절 기념사에서 “한·일 양국의 협력은 미래세대를 위한 현 세대의 책무”라며 “한국과 일본이 한때 불행했던 과거의 역사를 딛고 미래를 향해 협력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위안부, 강제징용 등 한·일 양국이 갈등을 빚고 있는 과거사 문제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대신 “항상 대화의 문을 열어둘 것”이라며 양국 관계 개선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임기 종료를 불과 두 달 남겨둔 상황에서 차기 정부의 대일 외교 구상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서울 서대문구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에서 열린 제103주년 3·1절 기념식에 참석해 “우리 선조들은 3·1 독립운동 선언에서 묵은 원한과 일시적 감정을 극복하고 동양의 평화를 위해 함께하자고 일본에 제안했다”며 “지금 우리의 마음도 같다”고 말했다.
다만 과거사 문제 해결에 미온적인 일본의 태도 변화도 함께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한·일 관계를 넘어 일본이 선진국으로서 리더십을 가지길 진심으로 바란다”며 “일본은 역사를 직시하고 역사 앞에서 겸허해야 한다. 이웃나라 국민의 상처를 공감할 수 있을 때 일본은 신뢰받는 나라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구체적인 한·일 관계 해법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남은 임기 동안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올 들어 8차례 미사일 도발을 이어가고 있는 북한에 대해서도 대화를 통한 평화가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냈다.
문 대통령은 “3·1 독립운동에는 남과 북이 없었다”면서 “항일 독립운동의 큰 줄기는 민족의 대동단결과 통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전쟁과 우리가 겪었던 분단의 역사는 대결과 적대가 아니라 대화만이 평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사실을 가르쳐줬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우리가 더 강해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 한반도 평화”라며 “남북 대화가 끊겼기에 우리의 평화는 취약하다. 평화를 지속하기 위한 대화의 노력이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가 의지를 잃지 않으면 대화와 외교를 통해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를 반드시 이룰 수 있다”며 “평화를 통해 민족의 생존을 지키고 민족의 자존을 높이고 평화 속에서 번영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연이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도 대화를 통한 남북 관계 개선 기조를 이어가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 임기 내 남·북·미·중 4자 종전선언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문 대통령도 경축사에서 종전선언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대화를 통한 평화의 중요성을 시사하며 지난 5년간 문재인정부의 대북 정책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힘으로 패권을 차지하려는 자국중심주의가 고개를 들고, 신냉전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우회적으로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에게는 폭력과 차별, 불의에 항거하며 패권적 국제질서를 거부한 3·1 독립운동의 정신이 흐르고 있다”며 “3·1 독립운동의 정신이 오늘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강대국 중심의 국제질서에 휘둘리지 않고 우리의 역사를 우리가 주도해 갈 힘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