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줄타기’ 입장을 취하고 있는 중국에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국제 사회의 러시아 경제 제재 조치에 반하는 행위를 할 경우 함께 제재 대상에 오를 수 있다는 신호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8일(현지시간) 미 국무부 관리 발언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 국무부 관리는 “만약 중국이나 기타 국가가 우리 제재에 해당하는 활동에 연루되려 할 경우 그들 또한 우리 제재 대상에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미국과 유럽은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의 국제결제망에서 러시아 주요 은행들을 퇴출해 무역 숨통을 조이기로 했다. 그뿐만 아니라 러시아를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몰아내고 미국의 기술과 핵심부품 유입을 차단하는 수출규제까지 가했다.
WSJ는 이 같은 상황에서 중국 금융기관이 러시아의 어려움을 해결해주거나 중국 기술기업이 대러 제재를 우회하는지 미국이 주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와 중국은 ‘반미’라는 공통 입장을 바탕으로 밀착 관계를 형성해왔기 때문이다. 이번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러시아 경제 제재에 있어 미국이 중국 태도를 주시하고 있는 이유다.
중국은 대러 제재와 관련해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SWIFT 제재에 대해 “중국은 제재를 통한 문제 해결에 찬성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지난 27일에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러시아를 경제적으로 지원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보도도 나왔다.
러시아에 대한 미국과 서방의 제재는 중국에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 중국이 대만을 공격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러시아가 앞당겨 보여주고 있는 셈이기 때문이다. WSJ에 따르면 미 당국자들은 대러 제재가 중국이 대만을 공격하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주는 일종의 경고라고 말했다.
아울러 미 당국자들은 미국이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중국과 러시아의 결속을 희석하려는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중국이 러시아 지원을 줄여 이번 사태에서 러시아를 더 고립시키면 양국 협력이 다른 부문에서도 약화할 것으로 분석한다.
앞서 러시아가 침공을 준비할 때 시 주석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초청해 서방을 비판하는 공동성명을 냈다. 미국 행정부는 이처럼 중국과 러시아가 밀착하는 것을 보면서 대응책을 논의했고, 중국이 그에 대가를 치르도록 하는 강경책을 선택했다고 한다.
중국은 러시아를 두둔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면서도 노골적인 지지 입장을 드러내진 않고 있다. 국제 사회의 비난이 큰 만큼 전략적 판단을 하는 셈이다.
중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 주권과 영토보전을 강조하면서 국제법을 준수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면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동진 등 러시아의 입장에 공감하는 역사적 배경을 함께 언급했다. 사태가 대화를 통해 해결돼야 한다는 촉구를 되풀이하고 있다. 원론적인 입장을 고수하면서도 러시아를 규탄하는 국제사회 전반의 움직임과는 결을 달리하는 것이다.
중국은 지난 25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규탄 결의안에도 반대를 택하지 않고 인도, 아랍에미리트(UAE)와 함께 기권표를 던졌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