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푸틴 대통령의 연설에 감동의 눈물이 났을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침공을 시작한 지난 24일 한 연설에 대한 중국 누리꾼의 반응이다. 뉴욕타임스(NYT)는 28일(현지시간) 푸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중국 누리꾼들의 호응을 소개했다.
앞서 중국 관영매체는 ‘우크라이나 침공은 정당하다’는 주장을 담은 푸틴 대통령 연설을 ‘1만 단어 풀텍스트’라는 뜻의 해시태그(#putin10000wordsspeechfulltexty)를 달아 보도했다. 이 해시태그가 달린 푸틴 대통령 연설 중국어판은 24시간 안에 11억 뷰를 달성했다.
중국 SNS인 웨이보의 한 사용자는 “이건 전쟁 동원에 대한 모범적인 연설”이라고 추켜세웠다. 다른 웨이보 사용자는 푸틴 대통령의 연설에 눈물을 흘렸다며 “이유는 중국도 서방에 같은 대우를 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중국 누리꾼들은 푸틴을 가리켜 “푸틴 대왕(Putin the Great)”이라거나 “구 소련의 최고 유산” “이번 세기의 가장 위대한 전략가”라고 칭송하는 반응을 보였다. NYT는 국제사회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는 분위기인 가운데 중국 온라인 공간에서 유독 러시아를 지지하는 목소리가 우세했다고 전했다.
NYT는 “러시아를 서방의 정치적, 이념적, 군사적 침략의 희생자로 그린 푸틴 대통령의 연설이 많은 중국인에게 반향을 일으켰다”며 “이는 미국과 그 동맹국이 중국의 부상으로 새롭게 재편될 세계 질서를 두려워한다는 중국 입장과 들어맞는다”고 분석했다.
앞서 중국 외교부의 화춘잉(華春瑩) 대변인은 이번 사태를 ‘침공’으로 규정하기를 거부했다. 오히려 미국을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의 ‘범인’으로 규정했다. 그는 ‘중국이 러시아의 군사작전을 침략으로 간주하느냐’는 질문에 “미국에 가서 물어보라. 불을 붙이고 부채질을 한 건 바로 미국”이라고 쏘아붙이며 “(미국이)이제 어떻게 불을 끄겠느냐”고 반문했다.
화 대변인은 “미국은 중국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1999년 세르비아 수도인 베오그라드의 중국대사관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폭탄 공격으로 사망한 3명의 언론인을 언급했다.
화 대변인이 이를 가리켜 “나토는 여전히 중국인들에게 피의 빚을 지고 있다”고 한 발언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폭격하면서 웨이보의 최고 인기 해시태그가 됐다. 이 해시태그가 달린 인민일보의 기사는 10억 뷰를 달성했다.
일각에서는 중국의 국수주의적 반응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중국 SNS인 위챗에서는 한 중국 누리꾼이 “전쟁을 응원하는 사람은 모두 바보”라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이를 옹호하는 행위를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 하지만 이 글은 얼마 안 돼 ‘규정 위반’을 이유로 삭제됐다.
웨이보에서 160만명의 팔로워를 가진 셴 이 푸단대 교수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 한 방송 인터뷰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경멸하는 ‘슬리피 조’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왜 미국은 엉터리 정보로 전쟁 가능성을 주장하느냐”고 발언했다. 그는 이후 실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내가 틀렸다”고 웨이보에 글을 올렸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