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가입을 공식 요청했다. 그는 가입 신청서를 작성하는 장면을 SNS에 직접 올려 “이건 진짜다”라며 ‘인증’했다.
AP·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의 침공 이후 처음으로 양국 회담이 진행된 이날 인스타그램를 통해 EU 가입 신청서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서명하는 자신의 모습이 찍힌 사진을 공개하면서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의 특별절차를 통한 가입을 즉시 승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에서 “EU 가입 신청서에 서명했다. 이게 진짜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EU 고위 관리는 이날 로이터에 “3월에 예정된 비공식 정상 회의에서 우크라이나의 가입 문제가 논의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러시아와 협상 중인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EU 가입 문제가 중요한 사안일 것”이라면서도 아직 관련 절차가 시작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중·동부 유럽 8개 EU 회원국은 이날 성명을 내고 우크라이나에 즉시 EU 후보국 지위를 부여하고, 관련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성명에 참여한 불가리아, 체코,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폴란드,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는 “우크라이나가 즉각 EU에 가입할 자격이 있다고 강하게 믿는다”고 강조했다. 즈비그니에프 라우 폴란드 외무장관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우크라이나의 EU 가입 과정을 적극적으로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루이지 디 마이오 이탈리아 외무장관은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인들이 러시아의 폭탄에 맞아 목숨을 잃고 있다”며 “우크라이나의 EU 가입 요청은 정당하며 우리는 그들 편에 서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도 우크라이나의 EU 가입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힌 적이 있다.
우크라이나는 그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EU 가입을 추진해 왔다. 유럽 국가의 일원으로 경제·정치 통합에 참여하고 안보 동맹으로 국가안보를 보장받으려는 목적이었다.
하지만 러시아는 이 경우 자국의 안보가 위협받는다면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금지를 요구해 왔다. 이는 러시아가 이번의 우크라이나 침공 명분으로 삼은 배경이기도 하다.
EU는 그간 우크라이나와 가입 협상에 미온적 자세를 보여왔다. 우크라이나는 아직 후보국이나 예비 후보국에도 오르지 못했다. 우크라이나가 여전히 러시아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내전 상황이 계속되는 점이 원인으로 꼽힌다.
블룸버그 통신은 다수 회원국 지지에도 불구하고 가입 절차는 통상 1년 이상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EU 외교정책을 총괄하는 호세프 보렐 외교·안보 정책 고위대표는 “몇 년이 걸릴 수 있는 장기적인 문제에 대해 논의하기보다는 당장 러시아의 침공에 맞설 수 있는 실질적인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답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