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경기도지사 시절 경기도청 공무원을 통해 의약품을 대리 처방받았다는 의혹이 28일 제기됐다. 이 후보 측은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관행적 의전이었다”며 “직원들이 임의로 추가 확보한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공무원들에게 갑질을 했다”며 맹비난했다.
JTBC의 28일 보도에 따르면 경기도청 비서실 직원 A씨는 지난해 5월 수행비서 배모씨의 지시를 받고 이 후보의 약 심부름을 했다고 말했다. 이 후보가 상시 복용하는 약이 있는데, 다 떨어지기 전에 대신 처방을 받아둬야 했다는 취지였다.
A씨가 공개한 통화 녹취에는 배씨가 “한 달 치건, 두 달 치건 알아서 정리해. 모자라면 두 달 치 해놓든지. 처방전이 두 달 치가 돼?”라고 질문하는 대목이 등장한다. 이에 A씨는 “의사한테 가서 ‘처방전 똑같이 해서 이대로 처방전 하나 써주십시오’ 하면 날짜 맞춰가지고 30일이고 60일이고 준다”고 답했다.
A씨는 JTBC에 유효기간이 끝난 이 후보의 처방전을 파일 형태로 별도 저장해놓고 필요할 때마다 사용했다는 의혹도 꺼냈다. 보도에 따르면 A씨는 “총무과 주무관이 PDF파일로 된 과거 처방전을 출력해주면 도청 의원에게 가져가 출력본과 똑같은 내용의 처방전을 다시 받았다”고 주장했다.
A씨가 공개한 배씨와의 대화 내용에는 “지사님이 병원 가시기 전에 약이 부족할 듯해 C비서에게 처방전은 받아뒀다” “의무실에서 한 달 치 처방전을 받아서 D비서에게 카드 받아서 구입할 예정이다”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해당 비서들은 모두 총무과 소속이었다. A씨는 이렇게 받은 약을 관사와 차량에 채워 넣었다고 주장했다.
JTBC에 따르면 이 후보 측은 “선출직 공직자들이 관행적으로 의전을 받는 과정에서 발생한 일”이라면서 “감사를 통해 문제가 되는 것은 책임지고 대대적으로 고쳐나갈 것”이라고 해명했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약을 집무실, 공관 등에 나눠서 비치하다 보니 약이 금방 떨어지는 장소가 나오기 마련이었다”며 “그때 사무관 등 직원들이 남아있는 장소의 것을 가져오지 않고 임의로 약을 추가 확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 선대위는 논평을 내고 “서민을 이해한다고 자평하던 이 후보가 공무원들에게는 약 대리처방까지 시키는 갑질을 했다”며 “나와 남이 다른 내로남불 기준이 가장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