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벨라루스에서 28일(현지시간) 열린 양국의 첫 협상이 약 5시간 만에 끝났다. 협상 이후 우크라이나 측은 “합의 가능한 이슈를 찾았다”면서도 “러시아가 여전히 극도로 편향적”이라고 비난했다. 러시아 측은 “합의 가능한 지점을 찾았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 결과는 따로 알려지진 않았다. 다만 다음 회담 일정이 잡힌 것을 볼 때 협상의 실마리는 아직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AP·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양측은 이날 우크라이나 북부 국경에 가까운 벨라루스 고멜주(州)에서 약 5시간 동안 회담했다. 러시아 대표단 단장인 대통령 보좌관 블라디미르 메딘스키는 회담 뒤 기자들에게 “회담이 약 5시간 지속됐고, 우리는 모든 의제에 대해 상세히 논의했으며 합의를 기대할 만한 일부 지점을 찾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협상을 지속하기로 합의한 것”이라며 “다음 회담은 며칠 내로 폴란드-벨라루스 국경에서 열기로 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 전에 각 대표단은 국가 지도부와 모든 협상 항목에 대해 협의를 거칠 것”이라고 전했다.
러시아 측 협상단의 일원인 레오니트 슬추츠키 하원 국제문제위원회 위원장은 현지 로시야-24 TV와의 인터뷰에서 “정전과 비무장화가 다른 많은 사안과 함께 논의됐다”며 “양측은 수도에서 협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우크라이나 대표단을 이끈 대통령실 고문 미하일로 포돌랴크는 취재진에 “양국 대표단은 오늘 정전과 적대행위 종식을 논의하는 것을 우선 목표로 하는 첫 번째 협상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양측은 몇 가지 우선 의제를 정했고 이에 대한 해법이 거론됐다”며 “양측은 각자의 수도로 돌아가 협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만간 2차 회담을 여는 방안에 대해 논의했으며, 이 회담에서 구체적인 진전이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다음 회담 일정이 잡힌 것으로 볼 때 일단 파국은 면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향후 협상 과정은 여전히 험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포돌랴크 고문은 회담 후 트위터를 통해 “불행하게도 러시아 측은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여전히 극도로 편향돼 있다”고 비난했다.
우크라이나 측은 러시아의 전면 철수를 요구하고 있다. 올렉시 아레스토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장 고문은 현지 언론에 대표단이 러시아 측에 크림반도와 돈바스를 포함한 우크라이나의 모든 지역에서 러시아군이 철수할 것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앞서 러시아는 2014년 우크라이나에 속했던 크림반도를 무력으로 병합했다.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와 루간스크주(州)를 일컫는 돈바스는 우크라이나 내 친러 분리주의 세력의 본거지다.
이날 메딘스키 보좌관이 이끈 러시아 대표단에는 알렉산드르 포민 국방차관, 안드레이 루덴코 외무차관, 레오니트 슬추츠키 하원 국제문제위원회 위원장 등이 포함됐다. 우크라이나 대표단은 대통령실 고문 포돌랴크, 국방장관 올렉시 레즈니코프, 집권당 ‘국민의 종’ 당 대표 다비드 하라하미야, 외무부 인사 등으로 구성됐다.
앞서 우크라이나 대표단은 이날 오후 폴란드를 경유해 헬기로 회담장에 왔다. 원래 회담은 전날 열릴 예정이었으나 우크라이나 대표단이 안전을 이유로 러시아군이 장악한 자국 북부 국경을 통해 곧바로 벨라루스로 오지 않고 폴란드를 경유해 오기로 하면서 몇 차례 연기됐다.
러시아 측은 앞서 회담에서 우크라이나의 중립국화 방안을 중점적으로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의 비무장화와 중립적 지위 확보, 크림반도에 대한 러시아의 주권 인정”을 요구했다. 이에 우크라이나 측은 회담 주요 의제가 즉각적 휴전과 러시아군 철수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맞섰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