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연설을 독일어로 전하던 통역사가 생방송 도중 흐느끼는 일이 벌어졌다. 러시아의 침공 후 두려움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참담한 현실을 언급하다 눈물을 감추지 못한 것이다.
독일 매체 ‘벨트’는 지난 27일(현지시간) 젤렌스키 대통령이 소셜미디어에 공개한 3분가량의 대국민 연설을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연설은 민간시설을 파괴하고 군인과 민간인을 가리지 않은 채 마구 살상하는 러시아의 군사 행위를 비난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날 ‘벨트’의 뉴스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의 발언은 동시 통역가를 통해 독일어로 전달됐다. 떨리는 목소리로 “러시아가 악의 길로 가고 있다”라는 첫 문장을 옮긴 통역가는 점점 목이 메어갔다.
급기야 “우리는 확실히 알고 있다. 그들(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도시들을 더 많이 폭격할 것임을, 또 그들이 우리 아이들을 더 무자비하게 학살할 것임을”이란 대목에서는 흐느끼기 시작했다.
통역가는 “우크라이나는 확실히 알고 있습니다”라고 말한 뒤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 “죄송합니다”라고 사과하기도 했다. 그는 목소리를 가다듬었지만, 결국 통역을 끝까지 전하지 못하고 중단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영상을 송출하던 뉴스 화면도 앵커의 모습으로 전환됐다.
이를 접한 독일 누리꾼들은 “용감한 우크라이나인, 자유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모두 당신 편이다” “보면서 같이 울었다” “사과할 필요 없다. 우는 걸 이해 못 하는 사람은 괴물이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슬픔과 안타까움을 공유했다.
앞서 BBC의 키예프 특파원으로 있는 클리브 마이리 기자도 러시아 침공이 시작된 지난 24일 밤 뉴스 방송 도중 눈물을 보인 바 있다.
마이리는 대피를 명령하는 사이렌이 울리는 처참한 현장에서 “이곳에서는 격렬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 러시아군이 전방위로 우크라이나를 향해 진격 중”이라고 전했다. 차분하게 소식을 전하던 그는 리포팅을 마칠 즈음 결국 눈물을 흘렸다.
이예솔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