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측이 고용한 용병 400여명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등을 암살하라는 명령을 받고 키예프에 대기 중이라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영국 더타임스는 28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세력 확장을 위해 아프리카와 중동 등 해외 분쟁지에서 용병을 동원하는 사기업 와그너그룹이 이런 특명을 받고 5주 전 아프리카에서 우크라이나로 용병들을 침투시켰다”고 보도했다.
더타임스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측근이 운영하는 이 회사는 푸틴의 두터운 신뢰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젤렌스키 대통령을 비롯한 우크라이나 주요 인사를 암살하는 대가로 두둑한 상여금을 받기로 했다. 영국 정부는 이 정보를 입수해 우크라이나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더타임스는 이후 키예프시에 36시간 동안 엄격한 통행금지령이 발효됐는데, 이 정보를 바탕으로 러시아 공작원들을 색출할 목적이었다고 전했다. 키예프시 당국은 시민들에게 러시아 공작원으로 오인될 소지가 있다면서 통금 시간에 외부 출입을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매체에 따르면 용병 2000∼4000명이 지난달 우크라이나에 잠입했다. 이들 중 일부는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와 루간스크에 배치됐고, 400여명은 벨라루스에서 키예프로 향했다.
더타임스는 “용병단이 푸틴에게서 신호가 떨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면서 “이들은 임무를 성공시킨 뒤 사례금을 챙겨 우크라이나를 빠져나갈 것이라는 약속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들 살생부에는 젤렌스키 대통령 외에 총리와 내각 장관 등 23명의 이름이 올랐고, 비탈리 클리치코 키예프 시장과 러시아 침략에 맞서 싸우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그의 동생 블라디미르도 포함돼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용병들은 젤렌스키 대통령과 측근들의 위치 추적 능력도 보유한 것으로 보인다고 더타임즈는 덧붙였다.
리처드 배런즈 전 영국 합동군사령관은 “와그너그룹은 색출하기 매우 어렵고 러시아 정부와 직접 연결되지 않기 때문에 러시아 정부는 쉽게 책임을 부인할 수 있다”며 “어둠 속에서 슬며시 나타나 폭력을 저지르고 다시 사라져 누가 책임이 있는지 확실치 않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