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보수 텃밭 TK서 “박정희 ‘산업화’ 공은 인정하자”

입력 2022-02-28 17:42 수정 2022-02-28 17:46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28일 대구시 동대구역 광장에서 열린 '남부수도권 시대, 대구 경북의 재도약, 이재명은 합니다!' 대구 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경북 구미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이 만든 산업화의 공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보수 텃밭이라 불리는 대구·경북(TK) 지역 유세에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긍정적 평가를 내놓은 것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초박빙 경쟁을 펼치는 상황에서 보수 표심을 조금이라도 끌어당기려는 의도다.

이 후보는 28일 경북 구미역 광장 유세에서 “모든 사람들 인생이 100% 어느 한쪽으로만 평가될 수는 없다”며 말했다.

이 후보는 이어 “박 전 대통령의 강력한 추진력을 닮은 사람이 있지 않냐”며 “저는 한다면 하고, 약속하면 지키는 강력한 실행력을 장점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이게(강력한 추진력) 경북 사람들의 DNA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이 후보 자신이 경북 안동 출신인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 후보는 대구 동대구역 광장 유세에서는 “공과는 정확히 평가하자”며 “(박 전 대통령의) 산업화의 공은 인정해 주고, 다만 민주주의에 심각한 훼손을 가한 점은 과”라고 지적했다.

이 후보는 이날 포항을 시작으로 TK 6개 지역을 도는 강행군을 펼쳤다. 또 기초연금 공약을 발표하며 약세를 보이는 노인층에 구애의 손짓을 했다.

이 후보는 정치개혁을 재차 강조하면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 붙들기에 주력했다. 그는 “10% 지지받는 정당은 10% 의석으로 국정에 참여하는 나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27일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정치개혁안을 당론으로 채택한 점을 언급하며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도 의원총회라도 열어서 (의지를) 보여주라 해서 보여줬지 않나”면서 “이제 뒤로 백(back)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28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대구 동대구역 앞 광장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이 후보는 윤 후보 공격도 빼놓지 않았다. 이 후보는 경주 황리단길 유세에서 “지휘하는 사람이 모르면 잘 아는 사람(인재)을 골라서 쓰면 된다고 하는데, 골라 쓰려고 해도 골라 쓸 머리가 있어야 하지 않냐”고 주장했다. 윤 후보가 “대통령이 다 알 수 없으니 유능한 인재를 등용하면 된다”고 말했던 것을 비꼰 것이다.

이 후보는 이어 “머리 좋은 걸 나쁜 데 쓰는 사람도 많다”며 “주가조작하고, 규칙 어겨서 돈 벌고, 자기 식구들 봐 주는 데 머리 잘 쓰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했다. 윤 후보와 그의 부인 김건희씨를 겨냥한 발언이다.

이 후보는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러시아는 고립될 것”이라며 “러시아에 대한 국제 제재에 확실히 참여해서 세게 같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25일 TV토론에서 정치경험이 짧은 우크라이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전쟁을 자초한 것이라는 발언이 비판을 받자 이를 주워담기 위한 의도로 풀이됐다.

이 후보는 포항시청 앞 유세에서는 노인 기초연금 공약을 발표했다. 이 후보는 “기초연금이 이상한 게 부부가 같이 살면 지원금을 깎는다”며 “혼자 살라고 고사 지내는 것도 아니고, 부부 같이 산다는 이유로 (지급액을) 깎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수입이 없으면 30만원을 지급하는데, (길에) 종이라도 줍고 일하면 또 깎는다”며 “소득·수입이 있다는 이유로 감액하지 않고 그대로 전액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후보는 기초연금 지급액을 10만원 늘리고, 지급대상도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포항·경주·대구·구미=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