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우리 모두 죽는걸까?”
우크라이나 40대 여성 알라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아이들이 겁에 질려 울면서 자신에게 이렇게 물어봤다고 말했다. 알라와 가족들이 대피한 수도 키예프의 한 지하 대피소에는 수백 명의 사람들이 잠잘 공간도 제대로 없이 모여있었다. 대피소에는 의자와 물만 조금 있을 뿐이었다.
키예프의 지하 벙커로 대피한 사람들의 머리 위로는 연일 공습경보와 폭발음이 울렸다. 10대 아이들은 아이폰, 태블릿PC에 달라붙어 앉아 있고 신생아들은 부모 품에 안겨 공포에 떨어야 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러시아군의 키예프 공습이 진행된 26~27일(현지시간) 키예프 지하 대피소 등에서 갓 태어난 신생아 및 아이들이 지내는 모습을 조명했다.
키예프 당국에 따르면 신생아 ‘미아’의 엄마는 공습경보가 울리자 딸과 함께 병원 지하실로 대피했다. 산모는 미아를 예정일보다 3개월 빠른 지난해 12월 출산했다. 미아는 집중 치료 후 퇴원을 앞두고 있었지만 러시아가 24일 수도 방향으로 포위망을 좁혀 오면서 꼼짝없이 병원 지하실에서 지내게 됐다.
신생아 중환실에 있던 미숙아들과 간호사, 가족들이 생명유지장치와 산소통, 온갖 튜브관을 들고 지하실로 급히 내려가야 했다. 미아의 엄마는 “아이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겠지만 너무 어려서 이런 충격적인 날들을 기억을 못할 것이라는 사실이 한편으로는 다행”이라고 말했다.
병원 지하실에는 조산된 신생아 수십명이 치료를 받고 있고 암 같은 중증질환 환자도 있는 상황이라고 가디언은 전했다.
우크라이나의 한 의원은 트위터에 “우크라이나 산모들이 공습 때 대피소와 지하철역에서 출산하고 있다”며 “1940년 런던 공습이 러시아에 의해 우크라이나에서 재현되고 있다”고 적었다.
지난주 키예프에 공습이 시작되자 많은 시민들이 침낭, 소지품을 들고 지하철역, 지하실, 폭탄 대피소로 향했다. 아이들은 손에 동물 장난감 등을 들고 있었다.
러시아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에서는 현재까지 아이들 10명 이상이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우크라이나 내무부에 따르면 지난 26일까지 어린이 14명을 포함해 민간인 352명이 러시아 공격으로 숨졌다.
볼로디미르 본다렌코 키예프 부시장은 “키예프 출신 초등학생 소녀와 가족이 동승한 차량이 러시아 공격을 받았고 소녀가 사망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동부 마리우폴에서는 주택가 포격으로 다친 소녀가 시립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인권단체 앰네스티는 또 다른 아동이 어른들과 함께 집속탄(하나의 폭탄 속에 여러 개의 소형 폭탄이 들어 있는 폭탄) 공격을 받아 목숨을 잃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북동부 도시 오흐티르카의 보육원과 유치원에 몸을 숨겼던 아이가 이 같은 피해를 봤다고 목격자들은 전하고 있다. 현장에 있었던 목격자는 “괴로운 사실은 그 장소가 유치원이라는 것이다. 그들(러시아군)이 쏘려하는 것은 도대체 무엇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