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대선을 9일 남겨 놓은 28일, 야권 단일화 결렬 후폭풍이 일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측은 사실상 공동정부의 전권을 제안했는데,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막판에 합의안을 깼다고 실망감과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반면, 국민의당은 “선의로 내민 손이 잘려나간 불쾌감”이라며 윤 후보 측을 정면 비판했다.
윤 후보 측은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 윤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안 후보와 인사권을 공동으로 행사하는 방안을 제시했던 것으로 28일 알려졌다.
특히 차기 정부에서 안 후보의 지위는 안 후보가 스스로 선택하는 방안을 제안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국무총리·장관 등 기존 제도의 직위를 뛰어넘어, 예를 들면 ‘코로나19 대응위원장’, ‘미래과학위원장’, ‘국민통합위원장’ 등 특별한 지위를 신설해 안 후보가 맡는 방안을 논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윤 후보 측 핵심 관계자는 “안 후보 측에게 제안했던 공동정부 구상은 단순히 국무총리와 장관 몇 자리를 주는 ‘지분 나눠먹기’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것이었다”면서 “윤 후보와 안 후보가 인수위원회부터 인사권을 공동으로 행사하는 방안이 제시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윤 후보와 안 후보 모두 이 방안에 동의했다가 안 후보가 갑자기 협상 결과를 틀었다”고 고 주장했다.
다른 관계자는 “차기 정부 인사에서 윤 후보와 안 후보 중 한 명이라도 반대하는 인물은 기용하지 않는 방안을 명문화하는 방안도 합의 직전까지 갔다가 무산됐다”고 말했다.
윤 후보 선대본부 관계자는 “안 후보가 협상 진전 상황을 다 알고 있었으며, 합의안을 사실상 ‘오케이’ 했다”면서 “그러다가 최종 발표 내용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협상 테이블을 엎은 것은 무책임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안 후보는 단일화 결렬의 책임을 국민의힘으로 돌렸다.
안 후보는 전북 정읍 샘고을시장 유세를 마친 뒤 단일화 무산과 관련해 “권한이 많은 사람이 책임이 큰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제1야당이라고 하면 정권교체를 할 수 있을 정도의 역량을 갖고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윤 후보 측의 공동정부안 제안 주장과 관련해서는 “어떤 세부 내용도 듣지 못했고, 어떤 것도 요구한 적이 없다”고 거듭 주장했다.
윤 후보와의 추후 회동 가능성에 대해서는 “더이상 진행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며 선을 그었다.
윤 후보 측과 협상 실무에 나섰던 이태규 국민의당 총괄선대본부장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반격에 나섰다.
이 본부장은 “자신들의 뜻대로 되지 않았다고 일방적으로 자신들의 주장을 까발리는 것은 정치 도의와 윤리에 어긋난다”며 “제발 단일화 손을 잡아달라고 간청해 선의로 손을 내밀었다가 손목이 잘려나가는 듯한 불쾌감과 충격을 받았다”고 비판했다.
윤 후보 측이 기자회견 직후 협상 과정이 담긴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등 안 후보 측에 결렬 책임을 돌리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것에 대해서도 불만을 나타냈다.
이 본부장은 “윤 후보 측이 일종의 합의문이 있었던 것처럼 이야기를 흘리고 있다”며 “안 후보가 윤 후보의 생각을 들은 뒤 내용이 불충분하고 신뢰가 어렵다는 최종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가현 손재호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