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차기만 22명’ 리버풀, 첼시와 혈투 끝 리그컵 우승

입력 2022-02-28 16:49
리버풀이 첼시를 꺾고 2021-2022 카라바오컵(리그컵)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필드골 없이 120분 혈투를 벌인 뒤 양 팀 22명이 모두 나와 승부차기를 하는 진풍경 속 최종 승자가 됐다.

28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카라바오컵 결승전에서 승리한 리버풀의 주장 조던 핸더슨(가운데)이 우승 트로피를 들고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리버풀과 첼시는 28일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결승전에서 연장 전후반 120분 동안 득점 없이 비겼다. 총 슈팅수가 31개에 달할 정도로 양 팀은 공격적 플레이를 펼쳤다. BBC 해설을 맡은 조나단 우드게이트가 “여태 봤던 0대 0 경기 중 최고”라고 평할 정도로 혈투를 벌였지만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실제 리버풀은 후반 22분 알렉산더-아놀드의 프리킥을 사디오 마네가 해딩 패스로 연결하고 조엘 마팁이 골문에 밀어 넣으며 기선 제압에 성공하는 듯 했다. 하지만 VAR 판정 결과 버질 반 다이크가 오프사이드 위치에 있던 것이 확인돼 골은 취소됐다. 후반 33분에는 첼시가 카이 하베르츠의 헤더골로 응수했지만 마찬가지로 오프사이드가 선언됐다. 연장전에서도 로멜로 루카쿠와 하베르츠가 한차례씩 골망을 흔들었지만 오프사이드 깃발이 올라갔다.

운명의 승부차기는 리버풀의 선축으로 시작됐다. 양팀 첫 다섯 키커가 실수 없이 골을 성공시키며 서든데스에 돌입했다. 남은 필드플레이어들도 모두 골을 넣으며 승패는 서로 차고 막아야하는 골키퍼들의 몫으로 넘어갔다.

28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카라바오컵 결승전 리버풀 대 첼시의 경기에서 우크라이나를 응원하는 문구가 경기장 내 스크린에 나타나고 있다. 웸블리 스타디움 측은 경기 전날 경기장을 우크라이나를 상징하는 파란색과 노란색의 조명으로 장식하는 등 연대의 의사를 표명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리버풀 골키퍼 퀴빈 켈러허는 침착하게 자신의 슛을 성공시키며 첼시 골키퍼 케파 아리사발라가를 압박했다. 중압감을 견디지 못했을까. 아리사발라가는 골문 위로 한참 넘어가는 슛을 날린 뒤 머리를 감싸 쥐었다. 11-10으로 리버풀의 승리. 아리사발라가는 선발 골키퍼 에두아르 멘디 대신 승부차기에 대비해 연장 전 직전 투입됐지만 마지막 실축까지 기록하며 제 몫을 다하지 못했다.

리버풀은 이로써 2011-2012 시즌 이후 10년 만에 리그컵 정상에 복귀했다. 통산 9번째 우승컵을 손에 쥐며 맨체스터 시티(8회)를 누르고 역대 최다 우승팀 타이틀도 거머쥐었다. 위르겐 클롭 감독으로선 리버풀에서 차지한 5번째이자 감독 통산 10번째 트로피가 됐다.

첼시는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로만 아브라모비치 구단주가 경영권을 이양하는 등 어수선한 팀 상황 속에서도 최선을 다했지만 분루를 삼켰다. 2014-2015 시즌 이후 오랜만에 리그컵 우승 목전까지 갔지만 2018-2019 시즌에 이어 또 한 번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