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유럽에서 얼마나 ‘러시아 에너지’에 의존하는지 깨닫는 계기가 됐다. 유럽연합(EU) 내부에선 ‘에너지 독립’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이에 따라 별안간 한국 조선업계가 주목을 받는다.
28일 독일 dpa통신에 따르면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현지시간으로 27일 의회에서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 2개를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그간 독일은 화석연료 공급을 러시아에 크게 의존해왔다. 여기서 벗어나겠다는 선언인 셈이다. 숄츠 총리는 지난 22일 대(對) 러시아 제재를 위해 ‘노르트스트림2’(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가스관) 사업의 승인 절차를 중단한 바 있다.
이런 움직임은 유럽 전역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유럽은 전체 가스 수입량의 40%를 러시아에 의존한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최근 러시아 제재를 발표하면서 “러시아산 천연가스·석유·석탄의 의존을 줄이기 위해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럽에서 가스관이 아닌 방식으로 다른 지역에서 천연가스를 수입하려면 선박이 필수적이다. 러시아 입장에서도 유럽 외 지역으로 천연가스를 수출하려면 LNG운반선이 필요하긴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LNG운반선 발주가 늘어날 가능성이 거론된다. 그리고, 한국 조선사들이 주목을 받게 됐다. LNG운반선의 경우 한국 조선사들이 최고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발주된 LNG운반선의 87%(78척 중 68척)를 한국 조선사들이 수주했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유럽 각국이 러시아산 천연가스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LNG 공급 다변화를 꾀하면, 장기적으로 LNG운반선 발주가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해양플랜트 수요가 회복세를 탄다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국제유가와 천연가스 가격이 계속 오르면서 EU에서 원유·천연가스 조달계획에 변화를 주겠다고 시사했기 때문이다. 최진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실적으로 원유 및 천연가스 증산을 위해서는 유럽 북해지역을 비롯한 주요 해양유전과 가스전 지역의 개발이 필요하다”면서 “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설비(FPSO)와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설비(FLNG) 등의 해양유전, 가스전 발주가 확대되고 장기적으로는 해양시추선 발주도 되살아날 수 있다”고 관측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